물집 사라졌다고 안심? 헤르페스의 모든 것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남는다. 생식기 헤르페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몸속에 잠복하며 재발할 수 있는 성병이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성관계를 지속하면 상대방에게도 전염될 수 있어 관계 안에서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 감염병 보고자료를 종합하면 생식기 헤르페스는 단순포진 바이러스(HSV) 감염으로 발생하며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성매개 감염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약 20%가 생식기 헤르페스에 한 번 이상 감염된 경험이 있고, 한국 질병관리청 또한 젊은 연령층에서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한 번 감염되면 체내 신경절에 잠복해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물집이 생긴 부위에는 바이러스가 고농도로 존재해 전염력이 매우 높으며, 구강성교나 키스 등 비교적 가벼운 접촉으로도 쉽게 전파된다. 특히 점막에 상처가 있을 경우 감염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헤르페스는 흔한 감염병임에도 사회적으로는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피부 트러블 정도로 생각하거나 증상이 경미해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감염자의 80% 이상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는 해외 조사도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있는 사람이 치료를 받지 않거나, 파트너에게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이어갈 경우 무증상 감염이 반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식기 헤르페스는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어 진단 시 반드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성병이라는 특성상 사회적 낙인과 부끄러움 탓에 감염 사실을 알리거나 치료를 받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감염 사실을 은폐하거나 방치할 경우 본인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방은 어렵지 않다. 콘돔 사용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고, 증상이 있을 경우 빠르게 진단을 받고 성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보유자의 경우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인 바이러스 검사와 정기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감염병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이즈(HIV)처럼 조기 진단과 약물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반면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헤르페스는 여전히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복 감염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된 사실을 파트너에게 알리고 함께 치료받는 것이 관계 유지의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점도 함께 인식돼야 한다.
에디터 soxak@soxak.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