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얼마 전, 농구선수 허웅이 전 여자 친구를 두 번에 걸쳐 임신 중절시켰다는 기사가 나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는데요, 특히 첫 임신중절이 임신 22주 차에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공분을 샀습니다. 20주 차를 넘어서 하는 임신중절,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유명인의 낙태 강요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올해에도 미성년자 팀원을 임신시키고 낙태시킨 스맨파 출신 유명 댄서, 원나잇 후 돈을 주고 낙태를 요구한 중화권 스타 차이쉬쿤, 37세 어린 불륜 상대에게 낙태를 강요한 일본의 전설적인 성우 후루야 도루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일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낙태 문제로 연예판뿐만 아니라 정치판도 시끄럽습니다. 지난 6월 13일~15일에 열린 G7 정상회의에선 낙태권을 두고 진보 성향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보수 성향의 이탈리아의 멜라니 총리가 갈등을 빚었고, 미국은 낙태법을 두고 트럼프와 바이든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11월에 있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낙태는 태아 살인에 초점을 맞춰 태아의 생명을 지키려는 쪽과 주체적인 삶의 의지를 중시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옹호하는 쪽으로 나눠 격렬하게 싸워왔습니다.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해달라는 주장과 긴급 의료 상황을 제외하고 최소한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죠.
그간 나라마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상 문제, 근친상간, 강간 등 양육이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습니다. 낙태권 합법화 분위기가 강한 유럽의 경우 가장 진보적인 프랑스는 임신 14주 이내에 시행되는 낙태에 대해 전면 허용하고 세계 최초로 지난 3월엔 여성이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는데요. 반면 이탈리아는 반대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였던 기존의 입장에서 보수적인 멜라니 총리가 당선된 후 적극적으로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미국을 보면 더욱 복잡합니다. 2022년, 낙태권 보장을 명시해 온 ‘로 대 웨이브’ 판결이 폐지되면서 각 주는 개별적으로 낙태권 폐기 여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애리조나 플로리다처럼 낙태권에 제한을 두려는 주가 있는 반면 낙태권을 투표로 결정하려는 주들도 등장했죠. 한편, 지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은 경구용 임신 중절 약 미페프리스톤의 판매를 제한하려는 낙태 반대론자들의 소송을 기각했는데요, 원격 처방으로 약국에서 미페프리스톤을 사거나 우편 배송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낙태 찬성편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국내는 2020년부터 낙태에 대해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개인의 선택에 맡겨왔습니다. 우리나라는 1953년부터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해 왔는데요,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현재까지 법적 보완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입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임신 6주나 10주 이내 허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진보 진영은 낙태 전면 허용을,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는 허용하되 15주~24주는 조건적 허용을 주장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사람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합법인지 불법인지 묻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2020년에 인공 임신중절 건수가 약 3만 2천 건을 넘을 만큼 만연해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낙태 수술은 임신초기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합니다. 사람의 형체가 완성되는 임신중기를 지날수록 병원들이 기피하고, 수술의 위험성 역시 높아져, 시설과 경험 있는 의료진이 갖춰진 일부 병원에서만 수술이 가능한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낙태 관련해서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생명을 다루는 결정인 만큼 어른다운 책임감 있는 행동과 생명존중의 마음만은 소중히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관리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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