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부부도 설레는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뇌과학이 증명한 것
fMRI로 확인한 도파민 분비 영역 VTA 활성화…보상·동기 부여 반응 신혼과 동일

평균 21년을 함께한 부부의 뇌가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낭만적 사랑이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뇌과학적으로 처음 증명한 것이다.
18일 미국 스토니브룩대학교 심리학과의 비앙카 아세베도 박사와 아서 아론 박사 연구팀은 장기 결혼 관계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고 밝힌 남녀 17명(여성 10명·남성 7명)을 대상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뇌 스캔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결혼 기간은 21년이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소셜 코그니티브 앤드 어펙티브 뉴로사이언스(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배우자의 얼굴 사진과 함께 절친한 친구, 친숙한 지인, 낯선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뇌 반응을 측정했다. 이 결과를 2005년 아론 박사가 최근 1년 이내에 사랑에 빠진 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일 방식의 fMRI 연구 결과와 비교했다.
두 집단 모두에서 보상·동기 부여와 관련된 도파민이 풍부한 뇌 영역인 복측 피개 영역(VTA)이 배우자 얼굴을 볼 때 다른 얼굴 사진보다 뚜렷하게 활성화됐다. 아론 박사는 "장기 커플과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명확한 유사성을 발견했다"며 "VTA는 파트너의 이미지에 가장 강하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아세베도 박사는 "낭만적 사랑 척도와 친밀감 척도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은 장기 커플에서 VTA 활성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장기 커플에서는 신혼 집단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흑질(substantia nigra) 영역의 추가 활성화도 관찰됐다.
연구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추가 결과도 나왔다. 파트너와의 친밀감이 높을수록 VTA와 흑질 등 보상·동기 영역뿐 아니라 중간 뇌섬엽과 전대상 피질 같은 인간 인식 관련 영역도 함께 활성화됐다. 관계 지속 기간이 길수록 복측 및 배측 선조체 활성화가 증가했는데, 이는 사망한 연인을 그리워하거나 코카인에 의해 유발되는 뇌 반응과 유사한 패턴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애착 결합이 중독과 유사한 뇌 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성관계 빈도가 높을수록 후측 해마 영역이 활성화됐다. 이 영역은 허기와 갈망, 집착, 초기 사랑 단계와 관련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일부 장기 관계에서 낭만적 사랑이 특정 뇌 메커니즘을 통해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커플이 사랑을 지속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세베도 박사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건강한 관계와 삶을 위한 재단'을 설립해 긍정적인 관계를 활용하는 역량 교육에 나서고 있다. 아론 박사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들의 결혼 관계 회복에 연구 결과를 적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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