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성욕이 없을까?” 우리가 착각한 성욕의 진짜 의미

성욕은 단순히 많고 적은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몸이 아픈지, 관계가 편안한지, 일상에서 얼마나 지쳐 있는지에 따라 성적 욕구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사이언스포커스 미셸 그리핀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욕, 리비도, 성적 흥분을 비슷한 말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 가지는 서로 다르다. 리비도는 흔히 말하는 성적 충동에 가깝고 성적 흥분은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호흡이 달라지고 몸이 성관계를 할 준비를 하는 신체 반응을 뜻한다. 반면 성적 욕구는 실제로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성관계를 얼마나 자주 해야 정상이라는 기준은 없다. 어떤 사람은 자주 원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덜 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횟수나 시간이 아니라 당사자가 즐겁고 편안하게 느끼는지다.
과거에는 성욕을 타고난 성향처럼 생각했다. 성욕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따로 있고 그 상태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파트너보다 성관계를 덜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이 성욕이 낮다고 잘못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적 반응을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한다. 자동차에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있듯 사람의 성적 반응에도 욕구를 키우는 힘과 욕구를 멈추게 하는 힘이 함께 작용한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고 관계가 편안하면 가속 페달이 눌릴 수 있다. 반대로 피곤하거나 불안하거나 통증이 있으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릴 수 있다.
성적 욕구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하나는 갑자기 자연스럽게 생기는 욕구다. 특별한 자극이 없어도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경우다. 이런 욕구는 젊은 시기나 새로운 관계에서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어떤 자극을 받은 뒤 천천히 생기는 욕구다. 파트너와 좋은 시간을 보내거나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뒤 성관계를 원하게 되는 식이다. 오래된 관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욕구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욕구를 이해할 때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 성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긴 뒤 몸이 반응할 수도 있지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뒤 욕구가 따라올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가까운 느낌인 친밀감도 성적 욕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성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절 통증, 외음부 통증, 폐경기 이후 생기는 비뇨생식기 증상처럼 성관계가 아프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상태라면 성관계를 피하고 싶어질 수 있다. 한 번 불편한 경험을 하면 다음에도 걱정이 생기고 욕구가 더 줄어들 수 있다.
마음의 상태와 관계 분위기도 중요하다. 자신의 몸에 자신이 없거나 파트너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성관계를 즐기기 어렵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성관계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고 성적 욕구도 약해질 수 있다.
일상에서 너무 지쳐 있는 것도 큰 이유가 된다. 일해야 하고 밥을 준비해야 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성적 욕구가 생길 여유가 줄어든다. 해야 할 일이 끝없이 밀려 있으면 몸과 마음이 성관계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행동에 가깝다. 성욕이 있다거나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기보다 왜 욕구가 생기고 왜 줄어드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핀 박사는 성적 욕구에 대한 교육이 더 잘 이뤄지면 사람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적 욕구는 개인의 성향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몸 상태, 감정, 관계, 생활 부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성욕을 단순히 높고 낮은 문제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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