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VS 없다"... G스폿 논쟁, 70년째 미궁인 이유
연구진 “위치·크기·조직 성격 합의 없어 존재 입증 안 돼”

G스폿을 둘러싼 의학계의 논쟁이 여전히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여성은 질 안쪽의 특정 민감 부위를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임상, 영상, 해부학 연구들은 그 부위가 독립된 구조물인지에 대해 일치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성의학 학술지 Sexual Medicine에 따르면 페드로 비에이라-바프티스타 박사 등 연구진은 2020년11월까지 발표된 G스폿 관련 인간 대상 연구를 검토한 결과 G스폿의 존재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G스폿이 대중문화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진 개념이지만 의학 문헌에서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G스폿의 존재 여부와 위치, 크기, 조직학적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체계적 문헌고찰이다. 연구진은 PubMed, PubMed Central, Cochrane, clinicaltrials.gov, Google Scholar 등을 통해 관련 연구를 검색했고 설문조사, 임상 탐색, 영상 검사, 해부·조직학 연구, 신경생리학 연구 등을 분석했다. 최종적으로 검토된 연구는 설문 6건, 임상 5건, 신경생리학 1건, 영상 9건, 해부·조직학 8건, 임상과 조직학을 함께 다룬 연구 2건이었다.
G스폿 논쟁은 오래된 개념에서 출발했다. 전방 질벽에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있을 수 있다는 언급은 11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이어졌고 1950년 에른스트 그라펜베르크가 요도와 여성 오르가슴의 관계를 다룬 논문을 발표하면서 현대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는 전방 질벽을 따라 성감대가 확인될 수 있고 이 부위가 성적 자극을 받을 때 부풀어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후 1981년 애디에고 연구진은 여성 사정과 관련된 증례보고에서 전방 질벽을 통해 만져지는 민감한 부위를 언급했다. 이들은 그라펜베르크의 이름을 따 해당 부위를 ‘그라펜베르크 스폿’으로 불렀고 이후 이 표현은 ‘G스폿’으로 줄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설문 연구에서는 G스폿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6건의 설문 연구에 참여한 여성 5072명 가운데 3195명은 자신에게 G스폿 또는 질 안의 더 민감한 부위가 있다고 답했다. 비율로는 62.9%였다. 한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84.3%가 질 안에 더 민감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65.9%는 자신에게 그런 부위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런 응답만으로 G스폿의 해부학적 실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G스폿이라는 개념이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여성들의 자기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거나 성기능 지수가 높은 여성이 G스폿이 있다고 답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임상 탐색 연구에서도 결과는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았다. 질벽을 손가락이나 기구로 살핀 연구들에서는 전체 1842명 가운데 1020명에게서 G스폿이 확인됐다고 보고됐다. 비율은 55.4%였다. 그러나 어떤 연구는 모든 대상자에게서 G스폿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다른 연구 2건은 대상자 전원에게서 G스폿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임상 연구의 기준도 연구마다 달랐다. 일부 연구는 특정 부위를 자극했을 때 더 강한 민감도가 나타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고 일부는 자극 후 해당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지를 함께 살폈다. 또 연구 대상이 성노동자 중심이거나 성교 중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제한된 경우도 있어 일반 여성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됐다.
영상 연구는 G스폿 논쟁에 새로운 방향을 더했다.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 연구 일부는 전방 질벽과 클리토리스 뿌리, 요도 주변 구조물이 성적 자극이나 삽입 과정에서 가까워지고 함께 움직인다고 보고했다. 일부 연구진은 이를 특정한 점 하나가 아니라 클리토리스·요도·질이 함께 작용하는 ‘클리토요도질 복합체’로 설명했다.
그러나 영상 연구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어떤 연구는 요도와 질 사이 공간의 두께가 질 오르가슴 경험과 관련된다고 봤고 다른 연구는 작은 혈관이 분포한 샘과 유사한 구조를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구조를 곧바로 G스폿이라고 보지 않은 연구도 있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기존 해부학에서 알려진 구조 외에 별도 구조물이 확인되지 않았다.
해부학과 조직학 연구에서는 차이가 더 뚜렷했다. 한 연구자는 사체 해부를 통해 전방 질벽에서 G스폿으로 볼 수 있는 구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구조가 섬유결합조직으로 둘러싸인 주머니 형태를 띠며 혈관과 신경 성분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해부 연구진은 같은 부위에서 G스폿에 해당하는 독립적 구조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부 연구는 전방 질벽에서 스펀지형 조직이나 발기성 조직을 확인하지 못했고 다른 연구는 신경과 혈관 분포가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전방 질벽의 특정 구역에 신경이 더 많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반대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 때문에 G스폿이 존재한다고 보는 연구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연구는 G스폿을 요도 아래 구조로 설명했고 어떤 연구는 외음부에 가까운 위치로 봤다. 크기도 연구마다 달랐고 조직 성격 역시 발기성 조직, 혈관성 구조, 샘과 유사한 구조, 신경혈관 복합체 등으로 엇갈렸다.
G스폿 논쟁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의료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G스폿이 실제 구조라면 전방 질벽을 다루는 비뇨부인과 수술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고 여성 성기능장애 치료 접근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그 존재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술이나 기능 개선 시술이 시행될 경우 근거 부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관련 시술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G스폿 확대술이나 이른바 G스폿 기능 개선을 내세운 절차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현재 자료만으로는 효과를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일부 전문 학회 역시 G스폿 확대술을 근거가 부족한 마케팅 용어로 본다고 소개됐다.
여성 오르가슴을 특정 부위의 자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연구진이 강조한 대목이다. 논문은 성적 반응에는 해부학뿐 아니라 호르몬, 친밀감, 이전 경험, 문화적 배경, 종교적 신념, 심리 상태가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 오르가슴에서 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은 질 오르가슴과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엄격히 나누는 시각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논문은 순수한 질 자극만 따로 떼어 설명하기 어렵고 삽입 과정에서도 클리토리스와 주변 구조물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한 하나의 점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여성의 성적 경험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사회적 압박도 논의 대상이 됐다. G스폿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이를 찾지 못한 여성에게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실제로 특정 민감 부위가 있는 여성들의 경험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더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
한편, 연구진은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들이 G스폿의 존재 가능성을 다뤘지만 결정적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G스폿의 존재, 위치, 크기, 조직학적 성격은 여전히 답이 남아 있다”고 정리했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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