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잇몸병·초미세먼지... 발기부전의 '숨은 원인' 5가지
국제 학술지 잇단 보고…"발기부전은 혈관·염증 질환의 조기 경고음"

발기부전은 오랫동안 노화나 심리적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연구들은 다른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코골이로 드러나는 수면무호흡증, 방치된 잇몸병, 초미세먼지 노출, 탈모약 복용, 편두통 등이 혈관 내피 기능과 만성 염증을 매개로 발기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국제 학술지와 국내외 보건 자료에 따르면, 발기부전은 특정 장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 건강과 염증 상태를 함께 반영하는 증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연구마다 결론의 강도와 해석에는 차이가 있지만 발기 기능 저하가 전신 건강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은 여러 논문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 코골이 뒤에 숨은 신호…수면무호흡증
코골이 뒤에 숨어 있는 수면무호흡증은 발기부전과 관련해 주목받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스페인 예이다 산타마리아대학병원 연구진은 2018년 8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중등도 이상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으로 새로 진단된 남성 환자 가운데 발기부전 유병률이 51%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 중 75명을 무작위로 나눠 양압기(CPAP) 치료를 3개월간 시행하고 효과를 살폈다.
국내 연구에서도 수면무호흡증 치료 뒤 발기 기능이 나아진 결과가 보고됐다. 2024년 학술지 ‘에이징 메일(The Aging Male)’에 실린 연구는 국내 4개 수면센터에서 모집한 남성 OSA 환자 87명을 대상으로 양압기 치료 전후 한국어판 국제발기능지수(IIEF)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3개월 치료 이후 발기 기능 점수가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면무호흡증과 발기부전의 관계는 단순한 인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올해 3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영국 바이오뱅크 기반 전향적 코호트 연구는 남성 15만5688명을 중앙값 11.6년간 추적했지만 코골이·수면무호흡 자체와 발기부전 발생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주간 졸림이 심한 집단의 위험비는 2.05였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집단의 위험비는 1.85로 나타났다. 이는 진단명 자체보다 수면 분절과 호르몬 리듬 교란이 실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잇몸에서 시작되는 혈관 문제…만성 치주염
잇몸병도 혈관 기능을 흔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유럽치주학회(EFP)는 2025년 11월 남성 건강과 구강 건강의 관련성을 정리하면서 치주염이 있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발기부전을 겪을 가능성이 2~3배 높다는 최근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학회는 잇몸 조직에서 혈류로 들어간 세균과 염증 매개물질이 산화 스트레스를 높이고 혈관 확장에 필요한 일산화질소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주질환과 발기부전의 관련성은 기존 문헌에서도 확인됐다. 2019년 1월 ‘저널 오브 섹슈얼 메디신(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은 치주질환이 발기부전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기존 근거를 갱신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유럽치주학회는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 사이의 이질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 초미세먼지도 변수…대기오염
대기오염 역시 발기 기능과 연결될 수 있는 변수로 제시됐다. 2025년 ‘에이징 메일’에 게재된 멘델리안 무작위화 분석은 영국 바이오뱅크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대기오염과 발기부전의 인과관계를 살폈다. 발기부전 환자 6175명과 대조군 22만3805명을 분석한 결과 유전적으로 예측된 초미세먼지(PM2.5) 농도 상승은 발기부전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됐다. 오즈비는 1.65였고 다변량 분석에서도 PM2.5의 독립적 영향이 확인됐다.
반대로 일부 연구는 같은 방향성을 보이면서도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2017년 2월 ‘인바이런멘털 헬스(Environmental Health)’에 실린 미국 연구는 57~85세 남성 412명을 대상으로 PM2.5, 이산화질소, 오존 노출과 발기부전의 관계를 분석했다. 세 오염물질 모두 발기부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표본 규모의 한계를 언급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탈모약의 그늘…피나스테리드 지속성 부작용
남성형 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리드의 지속성 성기능 부작용도 논쟁적 영역으로 남아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의대 마이클 어윅 교수팀은 2011년 6월 ‘저널 오브 섹슈얼 메디신’에 피나스테리드 복용 후 성기능 이상을 호소한 21~46세 남성 71명을 표준화 인터뷰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의 94%는 새로 발생한 성욕 감퇴를, 92%는 발기부전을, 92%는 각성 저하를, 69%는 오르가슴 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평균 복용 기간은 28개월이었고 약을 중단한 뒤 증상이 이어진 기간은 평균 40개월이었다.
관련 당국은 시판 후 보고를 반영해 안전성 문구를 조정했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과 스웨덴 의약품청은 환자 정보 문서에 치료 중단 후에도 발기부전이 지속된 사례가 보고됐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다만 ‘포스트 피나스테리드 증후군’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임상미용피부과학회지(JCAD)’에 실린 비판적 문헌고찰은 관련 연구들이 선택 편향과 회상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두통과 발기의 접점…편두통
편두통과 발기부전의 관련성도 여러 연구에서 제시됐다. 2022년 ‘저널 오브 섹슈얼 메디신’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및 누적분석은 6개 연구와 참가자 5만1657명 데이터를 통합했다. 이 가운데 편두통 남성은 6175명이었다. 분석 결과 편두통 환자군의 발기부전 위험은 비편두통 일반 인구보다 1.63배 높았고 40세 미만에서 차이가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만성질환, 만성통증,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서 대만 전국민 건강보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2016년 3월 학술지 ‘메디신(Medicine)’에 발표된 코호트 연구는 편두통 환자 5015명과 대조군 2만60명을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추적했다. 그 결과 편두통 환자의 발기부전 발생률은 1.78배 높았고 기질성 발기부전 위험은 1.75배였다. 불안장애를 함께 가진 편두통 환자군에서는 위험비가 3.6배까지 상승했다.
■ 공통분모는 ‘혈관 내피’…조기 경고음으로 읽어야
이들 요인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혈관 내피 기능 저하와 맞닿아 있다. 만성 염증, 저산소, 산화 스트레스가 혈관 확장 기능을 떨어뜨리면 음경 해면체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 음경 동맥은 관상동맥보다 지름이 작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혈관 손상에도 증상이 더 이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발기부전이 심혈관질환의 조기 지표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발기부전과 만성질환의 관련성을 안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발기부전이 2~4배 더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또 치료 과정에서는 동반 질병과 복용 약물 등 원인 요인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금연, 절주, 꾸준한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충분한 수면도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으로 제시된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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