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피하기 가장 좋은 때 있다?" 가임기와 수면의 과학
배란 전 5일과 후 1일, 임신 가능성 가장 높은 '가임 윈도우'의 정체

영화에서는 한 달 중 언제든 임신이 가능하다고 묘사되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한 주기 내에서 임신 확률이 유독 높은 짧은 구간이 존재한다. 이를 파악해 성관계 시기를 조절하는 방식을 가족계획 또는 가족계획법(Fertility Awareness Method)이라고 부른다. 호르몬 피임제의 부작용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일 수 있으나, 여성의 주기는 늘 유동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족계획법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개념은 가임 윈도우(Fertile Window)다. 임신을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가임기를 아는 것은 내 몸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가임 윈도우는 보통 배란 전 5일과 배란 후 1일까지를 의미한다.
이는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체내에서 최대 5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 배란된 난자는 방출 후 최대 24시간 동안만 수정이 가능하다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배란 5일 전에 관계를 가졌더라도 배란 당일까지 살아남은 정자가 난자를 만날 수 있어 임신이 가능해진다.
배란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단순히 날짜를 계산하는 것보다 신체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대표적인 배란 신호로는 네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질 분비물(경관 점액)의 변화다. 생리 직후에는 건조하다가 배란기가 다가오면 미끄럽고 투명한 '달걀흰자' 같은 농도로 변하는데, 이는 정자가 자궁으로 이동하기 가장 좋은 상태임을 의미한다. 둘째는 기초체온(BBT) 측정이다.
몸이 완전히 휴식한 상태에서 측정하는 기초체온은 배란 직후 황체호르몬의 영향으로 약 0.22°C에서 0.56°C 정도 미세하게 상승한다. 셋째는 배란 테스트기(OPK)의 활용이다. 소변 내 황체형성호르몬(LH)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는 '서지(Surge)' 현상을 포착해 24~48시간 이내의 배란을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생리 주기를 꾸준히 기록하는 주기 추적 앱을 통해 평균 배란일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흔히 알려진 "생리 중 관계는 안전하다"는 상식은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드물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요 변수가 작용한다. 우선 정자가 체내에서 5일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생리가 끝나갈 무렵 관계를 가졌는데 주기가 매우 짧아 곧바로 배란이 일어난다면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생리라고 믿었던 출혈이 실제로는 배란혈이나 감염에 의한 부정 출혈일 수 있어 가임기를 오인할 위험이 존재한다.
미국 유타 대학교 산부인과 제나 플래너건 박사는 "피임을 완전히 보장하는 '안전한 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실제 주기법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사용 시 첫 해 임신율이 12%에서 24%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의 주기를 추적하는 것은 내 몸의 리듬을 배우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임신을 확실히 피하고 싶다면 주기법에만 의존하기보다 콘돔과 같은 비호르몬 피임 도구를 반드시 병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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