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쾌감 뒤에 숨은 ‘나쁜 오르가즘 경험’ 정체
오르가즘이 주는 쾌감의 이면, 그 속에 숨은 불편한 진실

합의된 성관계에서 오르가즘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 경험이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오르가즘이 곧 성적 만족이나 즐거움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오르가즘이 일어났더라도 그것이 원치 않는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불편한 맥락 속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10(현지 시각) 미국 Archives of Sexual Behavior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오르가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성관계가 즐거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는 이를 ‘나쁜 오르가즘 경험(Bad Orgasm Experiences)’이라고 정의했다.
참가자들은 파트너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은 뒤 오르가즘을 느낀 경우, 상대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순응적으로 성관계를 한 뒤 오르가즘이 일어난 경우, 혹은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억지로 반응한 경우 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오르가즘을 느꼈지만 대부분 그 경험을 부정적이고 고통스럽다고 표현했다. “공허하고 기계적인 느낌”, “짜증 나고 불편한 느낌”, “정신적 고문”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신체적으로는 반응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아무런 즐거움도 없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러한 경험은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과 성적 자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부는 파트너가 “넌 좋았잖아”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문제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전했다. 오르가즘이 피해자의 감정을 무시하는 근거로 이용된 셈이다.
정체성에 따른 압박도 뚜렷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남성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남성 참가자들은 모든 성관계에서 반드시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시달렸다. 양성애자 참가자들은 자신이 진짜 양성애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성별의 파트너와 오르가즘을 경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참가자 중 일부는 오르가즘이 젠더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 반응이 성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강한 혼란과 불편함을 겪었다.
연구는 오르가즘이 있었다고 해서 그 경험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결론내렸다. 오르가즘은 외부의 압박, 자기 순응, 정체성 관련 기대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성적 경험의 질을 판단할 때 오르가즘 여부보다 상호 존중과 감정적 소통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르가즘은 단지 신체 반응일 뿐이며 진정한 만족은 동의와 감정의 일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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