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이스카우트에 생긴 일

보이스카우트하면 캠핑, 독수리, 유니폼, 선서를 상징하는 최고의 청소년 대표 단체로 명성을 쌓아왔는데요. 미국 보이스카우트 연맹(BSA)에는 새로운 키워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아동성범죄’ 소송이라고 말이죠.


사진출처=pixabay


1910년에 미국에 도입된 후 110년간 대표적인 청소년 단체로 명성을 자랑하던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BSA)은 최근 10년간 아동성범죄 소송으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때때로 언론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터졌어도 건재했던 BSA이었는데요. 2010년 ‘케리 루이스의 포틀랜드 소송’은 BSA의 명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죠. 케리 루이스는 어린 시절 부대 지도자인 티무르 다이크스에게 성학대를 당했고, 성인이 되어 변호사팀 코스노프의 도움을 받아 2010년 BSA를 포클랜드 법원에 고소했는데요. 이번 소송에서 티무르 다이크스가 31명의 단원 중 15명 이상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사건을 감춰온 BSA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게 됩니다. 배심원단은 케리에게 1800만 달러(한화 약 204억)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법원은 비밀리에 관리해 온 BSA의 성추행 파일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유죄 선고를 받은 스카우트 지도자 1900명의 명단과 범죄 내역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요, 70년간 벌어진 아동성범죄, 특히 1965년부터 1985년까지는 구체적인 증언들이 쏟아졌습니다. 물론 창설 이래 보이스카우트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소아성애자들이 꼬이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아이들은 최고 등급인 이글 스카우트가 되고 싶었고, 단장은 등급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어요. 소아성애자들은 스카우트 내에서 단장, 또는 운영자로 둔갑해 아이들을 통제했습니다. 감시자도, 검증 시스템도 부실한 그곳은 성범죄자에겐 낙원이었습니다. 스카우트 단장 중에는 연방 아동 포르노 사건에 연루된 중범죄자도 있었고, 퇴출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BSA는 성범죄가 발생하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 왔습니다. 그들은 엄격한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신분 확인 절차를 생략했고, 인사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BSA는 내부에 사건이 보고되면 경찰에 신고하기보다 학부모나 후원자들이 떠날까 봐 두려워 최대한 축소해 왔습니다. 피해자들은 가학적인 성적 학대에 큰 충격을 받았고,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그들은 수치스러움과 분노 조절 실패, 자살 충동 등 부정적 감정을 달고 살며,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재판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 자해, 자살 등으로 인생을 잃거나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2020년 BSA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데요. 성적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단체로 BSA를 고소하게 됩니다. 그 수는 8만 2천 명에 달했고, BSA에는 270건이 넘는 소송장이 날아들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아동성범죄 소송으로 보이스카우트의 명예와 신뢰는 완전히 추락했습니다. 보상금을 낼 재정도 파탄이 났고요. 결국 보이스카우트는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신청을 접수한 델라웨어 파산부는 보이스카우트와 피해자 변호인단이 제시한 24억 6천만 달러(약 3조 4천억 원) 합의안을 승인해 주었고, BSA는 해체 대신 겨우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2023년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 ‘스카우트의 명예,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은폐된 기록’을 통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아동성범죄 사건을 재조명했습니다.

 

파산 신청 이후 BSA는 114년 만에 브랜드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새로운 이름은 스카우트 아메리카(Scout America). 그동안 시대의 흐름에 맞춰 동성애자와 소녀에게 문호를 개방했고 여기에 더해 단체 이름에서 소년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삭제하게 됩니다. 새로운 명칭은 115번째 생일인 2025년 2월 8일 이후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신뢰가 크게 떨어진 BSA는 과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관리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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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젊은 남성 41% "성폭행 책임, 짧은 치마에도 있다"

    영국 남성 상당수가 아직도 성폭행의 책임을 여성들의 짧은 스커트 탓으로 돌리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여성인권재단 ‘포셋 소사이어티’(Fawcett Society)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포셋 소사이어티가 영국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Survation)에 의뢰해 18세 이상 영국 거주자 8,165명에게 온라인으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포셋 소사이어티 통계에 따르면 18~24세 남성의 41%가 술에 취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할 경우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비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포셋 소사이어티의 샘 스메더스 대표는 “이 엄청난 규모의 비난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영국의 비난문화는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내면화된 여성혐오증은 매우 고통스러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18~34세 여성의 30%도 술에 취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할 경우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비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할 가능성은 더 크다. 65세 이상 여성의 55%와 남성의 48%가 성폭행 피해자를 같은 이유로 비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샘 스메더스 대표는 “이런 일부 견해는 부정적·적대적인 태도로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비난 문화가 우세한 것은 여성들이 근본적으로 책임지는 존재라는 개념이 우리 문화에서 일반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자의 옷차림과 행동방식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건 성폭행범의 잘못된 생각일 따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포셋 소사이어티 측은 지난 21일 런던의 ‘여성 행진’을 계기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캠페인에 참여하고, 대학·학교 사회의 활동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스메더스 대표는 “정부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연령에 따른 학교 성교육 등 다양한 조치를 더 많이 취할 수 있으며, 여성혐오증을 증오 범죄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더 많은 젊은 남녀들이 자신들을 페미니스트로 표현하고, 성평등의 구현을 원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는 게 중요하다. 여성들은 지난 150년 동안 평등 투쟁에서 숱한 좌절도 겪었지만, 여전히 싸우면서 탄탄하게 발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평등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이 그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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