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방은 나를 더 좋아한다(연구)
낯선 사람과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경우, 대화의 상대방은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를 좋아하고,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하버드대·예일대와 영국 에섹스대 등의 공동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이전에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을 짝지어, 초면의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던지는 일반적인 질문을 하며 5분 간 대화를 나누게 했다. 어색함을 깨는 질문은 ‘어디 출신이냐?’·‘취미가 무엇이냐?’ 등이다. 그런 뒤 참가자들에게 대화 상대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대화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를 각각 물었다. 평점을 매기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상대방이 자신들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자신들이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선호 격차’(liking gap)이라고 명명하고, 이는 사람들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팀이 대화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참가자들은 관심·대화의 즐거움 등을 나타내는 상대방의 행동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이 일종의 ‘평가 오류’를 저질렀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참가자들에게 평점에 따라 자신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 결과, 상대방이 참가자들에 대한 생각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참가자들이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형성하는 순간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상대방이 참가자를 좋아한다고 보내는 신호를 보고도, 참가자는 응당 했어야 할 말 또는 했던 말에 대해 지레 걱정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참가자를 좋아한다는 신호는, 관찰자에게는 쉽게 눈에 띄었는데도 그랬다. 또 실제 대학 룸메이트들인 학생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선호 격차’가 몇 달 동안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리는 자기방어 차원에서 비관적이어서, 정말 진짜인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길 꺼린다”고 밝혔다. 이런 ‘자기 점검’(self-monitoring) 때문에 우리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체계적인 오류로 개인적·직업적인 삶에 나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템플튼재단과 영국경제사회연구위원회의 후원으로 이뤄졌고,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심리학’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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