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두가 버섯 모양으로 생긴 까닭은?
남성의 음경은 경쟁심이 강한 야수와 같은 존재다. 일부 과학자들은 남성들이 성관계 중 연적(연애 경쟁자)의 정액을 여성의 질에서 없앨 수 있게 음경의 모양이 진화했다고 믿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고든 갤럽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경은 일종의 ‘정액 퇴출 장치’(semen displacement device)의 역할을 한다. 음경의 모양은 다른 남성이 여성의 질 속에 남긴 정액을 제거하기 위해 진화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관계 중 음경의 ‘피스톤 운동’(thrust)이 여성의 질에서 이전 애인의 정액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이런 신념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라텍스로 만든 인공 음경·인공 질과 대용 정액(녹말과 물의 혼합물) 등 세 가지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음경관(coronal ridge, 귀두와 음경축이 만나는 부위)이 있는 인공 음경, 즉 버섯 모양의 인공 음경은 단 한 번의 피스톤 운동으로 인공 질 속에 들어있던 대용 정액의 90% 이상을 밖으로 밀어내 없앴다. 그러나 버섯 모양의 음경관이 없는 인공 음경, 즉 밋밋한 인공 음경은 대용 정액의 40% 미만을 없애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연구의 주요 저자인 고든 갤럽 교수는 “아버지가 되려는 경쟁의 결과, 남성들의 음경은 다른 남성들이 여성의 질 속에 남긴 정액을 퇴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독특한 모양으로 진화했음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밝혔다. 갤럽 교수는 음경이 버섯 모양으로 진화했으며, 그 덕분에 남성들은 자신들의 정액으로 다른 경쟁자들의 정액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이 학생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의 불륜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성관계를 더 열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의 몸에서 다른 남성의 정액을 흔적도 없이 제거하려는 일종의 잠재의식적인 욕구 때문에, 사정에 앞서 피스톤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등 성행동에 변화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학병원의 비뇨기과 전문의 데렉 마친 박사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연구 결과 자체는 정확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음경이 반드시 그런 효과만을 노리고 설계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영국비뇨생식기학회 회장인 콜름 오마호니 박사는 “남성이 사정을 한 뒤에도 계속 피스톤 운동을 할 경우엔 자신의 정액을 밀어내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이론에는 결함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연구 내용은 ‘진화와 인간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ur)저널에 실렸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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