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비해 음경 큰 생물, 10배 빨리 멸종했다(연구)
자신의 몸집에 비해 음경이 엄청나게 큰 생물이 그렇지 않은 생물보다 약 10배나 더 빨리 지구상에서 멸종됐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가 6,600만~8,400만 전에 미시시피주 지역에 살았던 고대 갑각류의 한 종류인 오스트라코스 93종의 화석을 연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수컷의 음경이 큰 생물종은 평균 약 160만년 동안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컷들이 그런 치열한 성적 경쟁의 대열에서 벗어나 있던 생물종은 평균 약 1,550만년이나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 속도가 약 1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연구팀은 “수컷이 암컷보다 지나치게 더 큰 생물종은 그렇지 않은 생물종보다 훨씬 더 빨리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수컷이 암컷보다 지나치게 더 큰 생물종의 수컷들은 통상 상대적으로 더 큰 음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볼 때, 그 수컷들은 성관계에 더 많이 투자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음경은 약 4억 2,500만 년 전의 것이다. 그리스어로 ‘음경이 큰, 뛰어난 수영선수’라는 뜻의 ‘콜림보사톤 엑프렉티코’라는 과학적 명칭을 지닌 갑각류의 음경이다. 이 갑각류는 길이가 1인치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크기에 비해 음경은 매우 크고 단단하다.
콜림보사톤이 속하는 ‘오스트라코드’(ostracod)라는 고대 갑각류 집단에서 이런 현상은 드물지 않다. 약 5억년의 기원을 가진 이 생물은 약 7천 종으로 분화했다.
오스트라코드는 언뜻 보기엔 씨앗처럼 생겼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단단하고 조개 같은 껍질에 둘러싸인, 등이 굽은 새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컷의 껍질은 암컷의 껍질보다 길이가 더 긴 게 보통이다. 수컷 껍질은 한 쌍의 큰 음경과 엄청나게 큰 정자를 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정자는 뭉쳐있던 게 풀리면 오스트라코드 자체 길이의 6배에 달할 만큼 길다. 일부 종의 생식기 길이는 수컷 껍질 길이의 약 3분의 1이나 된다. 이 같은 해부학적 과시는 치열한 성적 선택의 결과다. 무릇 생물은 짝짓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특성을 발전시키게 마련이다.
짝짓기 경쟁은 공작새 꼬리 또는 사슴 뿔 같은 신체 부위의 과장·과시, 울긋불긋한 깃털과 화려한 구애 행위 등으로 이어진다. 오스트라코드를 비롯해 파리·오리·돌고래 등 많은 동물 집단은 생식기·정자를 독특하고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변형시켰다.
그러나 성적 선택이 생물종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페트리샤 브레넌 교수는 “성적 선택이 멸종을 막아주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고 밝혔다. 성적 선택의 결과로 음경이 너무 크거나 모습이 너무 화려한 생물이 더 쉽게 멸종되는지,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생물이 도전을 극복하고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지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수컷의 몸무게가 암컷의 4배 이상에 달할 수 있는 코끼리 바다표범이 멸종될 운명이고, 공작새가 화려한 꼬리 때문에 멸종 위기라고 말할 수 없다.
미국 시라큐스대 스콧 피느틱 교수는 “엘크의 뿔이나 사슴벌레(장수풍뎅이)의 뿔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정자도 생물의 무기 및 장식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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