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콘돔 시장, 라텍스 시대 가고 최첨단 신소재 각축
콘돔 시장이 최첨단 신소재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콘돔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최대 96억 달러(약 10조 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시장의 성장은 콘돔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와 맞물린다. 과거에는 단순히 피임과 성병 예방 목적으로 콘돔을 만들었으나 이제 더 안전하면서 즐거운 성관계를 위한 콘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 세계 유수의 콘돔 기업들이 최첨단 신소재를 활용한 품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다. 게이츠 회장이 세운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지난 2013년 차세대 콘돔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뛰어나면서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에 10만 달러씩을 지원했다.
그중 하나는 소의 힘줄에서 추출한 콜라겐 섬유로 만든 콘돔이다. 이 제품은 기존 라텍스 콘돔이 생분해되는 데에만 10년이 걸리는 것에서 착안했다. 찢어지지 않으면서도 성관계 시 만족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하나는 탄소로 만든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이용한 제품이다. 그래핀은 튼튼하면서도 신축성이 뛰어나 전자, 기계 산업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 획기적인 소재다. 그래핀으로 만든 콘돔은 기존 콘돔보다 두께가 얇으며 전도율이 높다.
이밖에도 성관계 중 마찰을 줄이기 위해 나노 기술과 수막 코팅을 활용한 콘돔, 성관계 중 은근히 조여주는 폴리머 층을 갖춘 콘돔 등이 선보였다. 라텍스 콘돔이 시장을 장악한 이래 50년 만에 급격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제품들은 ‘저가 저품질’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자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외국 유명 브랜드들을 빠른 속도로 몰아내고 있다.
중국 간쑤성(甘肅省)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중촨(中川)은 지난 6월 신소재 ‘수성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최신 콘돔 제품을 내놓았다. 또 광시주앙 자치구(广西壮族自治区)에 있는 콘돔 제조업체 베일리리(贝利勒)는 라텍스와 그래핀 혼합물로 만든 새로운 콘돔 시리즈를 발표했다.
한편,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신소재 콘돔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9월 대표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을 앞세워 한국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안셀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폴리이소프린(Polyisoprene) 재질의 브랜드 ‘스킨(skyn)’을 9일 선보였다. 폴리이소프린은 기존 라텍스 콘돔보다 탄력성이나 열전도율이 뛰어나다.
독점 수입사 신행 E&T 관계자는 “폴리이소프린은 실제 피부에 가까운 촉감을 가지고 있고 라텍스 알레르기로부터도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이질감이나 알레르기 때문에 콘돔 착용을 꺼리는 남성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라텍스 콘돔 위주인 우리나라 콘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백완종 기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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