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산후 우울증, 테스토스테론 영향 크다(연구)
산후 우울증은 산모들만 앓는 게 아니다. 아빠들도 산후 우울증을 호소한다. 발병률도 일반 우울증의 약 2배에 달한다.
브룩 실즈·드류 베리모어·크리시 타이겐 등 유명 연예인 엄마들이 출산 후 느끼는 슬픔과 절망적인 느낌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음에 따라 산후 우울증이 부쩍 눈에 띄게 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 리얼리티 TV쇼 ‘딸부자집’(OutDaughtered)에서 딸 다섯 쌍둥이의 아빠가 된 애덤 버스비가 산후 우울증을 겪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남자답게 굴어라’라는 지적을 듣는 등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하지만 아빠들의 산후 우울증도 사실 만만치 않다. 약 10%의 남성들이 아내의 출산 후에 우울증을 호소한다. 여성의 산후 우울증은 호르몬과 관련이 깊지만, 남성의 산후 우울증에서 호르몬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다비 색비 조교수(심리학)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기 출산 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일부 아빠들이 우울증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지역사회 아동건강 연구 네트워크’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을 모집해 이들 가정을 추적 조사했다. 이와 함께 일리노이주 레이크 카운티에서 유아들이 생후 9개월 됐을 때 아빠들의 침 샘플을 모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가 된 지 몇 년 동안에 걸쳐 여러 차례 우울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아의 아빠에게서 산후 우울증이 나타난 사례를 밝혀낸 첫 연구다.
또 색비 조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내가 임신한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임신 초기부터 감소한다. 하지만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아기의 출산으로 스트레스가 늘고, 수면 및 운동이 부족해지는 현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편을 둔 아내들은 산후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보고했다. 그런 남편들은 부부 관계의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고, 아이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엄마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연구팀은 보육시설의 확대와 육아휴가의 확대 등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색비 조교수는 “새로 아빠 또는 엄마가 된 남녀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 것은 진화생물학에 뿌리를 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 “산후 우울증은 온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