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할 때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 밝혀졌다
피해자 70%, 몸 마비되는 ‘긴장성 부동화’ 겪어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저항 여부는 법적 판단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그런데 성폭행을 당할 때 몸이 마비돼 의지대로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성폭행 피해자 상당수가 그런 현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강간 여성을 위한 응급 클리닉을 방문한 298명의 성폭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마비된 느낌이 있었는지,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험을 했는지, 소리를 지르지 못했는지 등 '긴장성 부동화 척도'(Tonic Immobility Scale)를 조사했다.
그 결과 70%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마비되는 ‘긴장성 부동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48%는 극도의 긴장성 부동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이후 6개월을 추적관찰한 결과 성폭행 당시 긴장성 부동화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절반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장성 부동화를 겪지 않은 피해자는 28%가 PTSD를 앓는다고 보고했다. 이 불쾌한 경험은 우울증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장성 부동화를 경험한 피해자는 6개월 후 심한 우울증을 앓을 확률은 34%로 그렇지 않은 피해자(14%)들보다 높았다.
연구를 이끈 애나 몰러 박사는 “연구 결과를 보면 긴장성 부동화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흔한 현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이 연구는 성폭행 피해자의 심리치료나 의대생의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긴장성 부동화는 극한의 위협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반응이므로 저항하지 못한 강간 피해자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삭편집팀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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