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잡한 교배, 진화 속도 늦춘다(연구)
유전적 차이 희석시켜
많은 짝과 교배를 하는 난잡한 성행위가 새로운 종의 진화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잡한 행위가 유전자의 풀(pool)을 뒤섞고, 개체군 간의 유전적 차이를 희석시켜, 새로운 종의 진화 속도를 늦추게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전문매체 phys.org는 영국 배스대학교 등의 연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의하면, 자연선택이 어떤 특정 개체를 선호할 경우 새로운 종이 진화해 그 개체의 생존·번식·유전자전달이 동료들보다 더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개체들은 지역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종을 이루기 위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특정 개체와의 교미를 선호하는 성선택이 새로운 종의 형성에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과정 중 하나가 ‘피셔의 폭주선택’이다. 이는 눈에 띄는 깃털이나 화려한 노래 등 나름대로의 특성으로 암컷의 관심을 끌어 짝짓기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또 여성 선호도의 지역적 차이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개체군은 빠르게 차별화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진화’저널에 발표된 조류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이런 일반적인 통념을 깼다. 난잡한 성행위가 실제 새로운 종의 진화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배스대학교 연구팀은 카디프대와 막스플랑크조류연구소와 공동으로 도요새·물떼새 등의 유전자 구조를 분석했다. 이들 조류의 시간 경과에 따른 진화 형태를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특정 계절 동안 여러 마리와 교배한 조류 종의 유전자가 한 마리와 교배한 조류 종의 유전자보다 더 다양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여러 마리와 짝을 짓는 도요새·물떼새들이 다양해지고, 그 때문에 유전적 차이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에 어긋난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조시 더번 배스대 교수는 “여러 마리의 짝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도요새·물떼새는 넓은 지역을 탐색하고, 갈 때마다 유전자를 퍼뜨린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 사이의 유전적 차이를 희석함으로써 유전자 풀을 효과적으로 뒤섞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요새·물떼새가 새로운 종으로 다양화될 가능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더번 교수는 “반대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조류 종은 계절마다 짝 지을 한 마리를 찾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번식지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즉, 지역 환경에 점진적으로 적응하고, 유전적으로 따로 떨어져 새로운 종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리 연구 결과는 여러 파트너와 교배하는 새들이 종종 제 짝을 찾기 위해 수백 km을 여행한다는 종전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여러 마리와 짝을 짓는 물떼새들은 마다가스타르 섬 전체에서 비슷한 유전자 구성을 보이는 반면, 한 마리와 짝을 짓는 물떼새들의 경우 가까운 곳에 있어도 유전자 구성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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