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제, '정답'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편견 뿌리 깊어
일부일처제는 서양 문화의 정서를 이루는 한 요소이기 때문에, 결함이 있는 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도 부부관계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문헌 연구 및 현장 조사 결과 제기됐으며, 그 내용은 수일 내에 ‘심리학 조망’저널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미국 온라인 미디어 ‘쿼츠’가 보도했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테리 콘리 교수는 “부부관계를 연구하는 방식 자체에 일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일부일처제에 대한 편견이 너무 뿌리 깊어 볼 수도 없을 정도라는 게 연구팀의 시각”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연구 내용이 과학의 관계 평가방식에 의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첫째, 문헌 검토 결과에 의하면 연구자들의 접근법이 일부일처제가 다른 관계 유형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게 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1980년대에 개발된 ‘열정적인 사랑 척도’는 애정의 힘을 측정하는 데 쓰였다. 이 척도에는 ‘파트너가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질투심을 느끼게 하는가’라는 질문이 포함돼 있다. 질투심이 더 강하면 현재의 관계에 더 높은 ‘애정’ 점수를 주게 돼 있다.
합의에 의해 ‘일부일처제를 취하지 않은 관계’(CNM)에도 질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파트너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허용하기 때문에, 이 질문은 그 상황에서 열정적인 정도를 재는 척도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두 번째로는, 관계 조사에서 비 일부일처제가 비중립적인 언어로 언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들에게 부정행위(infidelity·cheating)에 대해 묻는다면 그건 가치판단이 이미 개입된 지향적 언어를 쓰는 셈이다. 또 어떤 사람을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offended party)라고 하거나 ‘배신당한 파트너’(betrayed partner)로 언급하는 등의 사례가 학술연구에서 발견된다.
세 번째,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들에 대한 조사 연구에 의하면, 합의 하에 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은 일부일처제처럼 많은 지표에 바탕을 둔 ‘기능적인’ 행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25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617명(약 31%)이 이성애 파트너와 1차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CNM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뢰·질투심·열정 및 전반적인 만족도 등 광범위한 척도의 측면에서 집단 간에 이렇다 할 차이가 없었다.
다섯 번째로, 별도 연구에서 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일부일처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보다는 다자간 연애(polyamory)에 대해 질문했을 때 더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이 조사는 ‘미케니컬 터크’ (Mechanical Turk)라는 플랫폼을 통해 100명 미만의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한계성을 안고 있다.
콘리 교수는 “일부일처제가 다른 제도보다 더 우월하다는 전제가 사랑과 관계의 연구 방식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자간 연애 등 다른 대안적 관계 유형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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