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결혼문화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 ⑱

조선시대 말의 결혼식 모습.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렵게 살던 이 때도 혼수타령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장가나 시집 못간 노총각, 노처녀들은 고아나 홀아비, 과부 등과 함께 반드시 구제해 주어야 할 불쌍한 대상이었다. 혼기가 지났는데도 결혼을 못한 총각을 ‘광부’, 처녀를 ‘원녀’라고 했다. 광부는 집에 들어가 봐야 아무도 없으니 공허하고 허전한 남자라는 뜻이고 원녀는 시집 못간 여자는 그 원한이 하늘을 찌른다는 뜻이다. 또 늦게까지 장가나 시집을 못가면 ‘떠꺼머리총각’ 또는 ‘떠꺼머리처녀’라고도 불렀다. 떠꺼머리는 머리를 길게 땋았다는 뜻이지만 약간 비하하는 의미로 많이 썼다.


자연히 나이가 차도록 결혼하지 않는 것은 죄악처럼 인식되었고 그 책임은 관에까지 미쳤다. 집안에서도 ‘불효 중의 불효’로 인정받았고, 특히 후손이 없는 것은 가장 큰 불효였다. 집안이 가난하지 않은데도 서른이 넘도록 시집보내지 않으면 그 집 가장을 죄인으로 다스리기도 했다. 반대로 가난하여 결혼을 못하는 노총각과 노처녀가 있으면 나라로부터 문책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곳 수령은 왕에게 혼수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조는 ‘혼기를 넘긴 처녀 총각을 조사하여 2년마다 한 번씩 결혼시키도록 하라’며 미혼남녀들을 구제해 주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성종 때에는 전국의 25살이 넘도록 시집 못 간 처녀들을 조사하여, 만약 집안이 가난하면 쌀이나 콩을 주어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김원회 저 ‘한국성사’ 169페이지 ‘결혼은 의무’에서).


지금은 누가 특히 관에서 미혼 남녀들을 강제로 결혼을 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되도록 결혼을 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한마디로 결혼을 하면 유리하고 안 하면 불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결혼연령은 사회에 필요에 따라 달라진다. 역사 속에서 고려 말 몽고에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정신대에 잡혀가지 않기 위해 서둘러 일찍 시집들을 보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실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아닐 것이다. 일찍 결혼하는 젊은 부부에게는 결혼비용의 보조, 세금, 취업, 주택구입 등에서의 혜택을 주며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그 양육에 큰 도움을 주는 것 등이다. 지금도 어느 정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익이 피부에 와 닿아야 효과가 있다. 출생률이 낮지 않은 데도 이렇게 하는 나라들도 많다.


또 혼수문제 따위로 혼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을 해서라도 없애야 한다. 신접살림에 필요한 게 아닌 한 아무것도 못하게 하면 더 좋다. 이 대명천지에 돈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아기를 낳으라고 조르는 것은 소극적 대책이고, 결혼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 적극적 대책임을 명심하자.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김원회 칼럼 -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① 출산율에 대한 오진
② 출산율과 사랑의 변질
③ 출산율과 성태도
④ 처음 접한 '문화영화'
⑤ 무서운 포르노
⑥ 포르노와 자본주의
⑦ 포르노 배우와 창녀
⑧ 로스앤젤레스의 도우미
⑨ 성사(性史)
⑩ 성평등
⑪ 연목구어(緣木求魚)
⑫ 빅토리아 여왕 시대
⑬ 여자를 즐겁게 하자
⑭ 모유냐? 우유냐?
⑮ 성추행
⑯ 소아기호증

⑰ 인구문제

⓲ 조선시대의 결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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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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