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 ⑩

필자의 '남녀의 성차' 제목의 강의용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중의 두 장


조선 부인네도 국문을 잘하고 각색 물졍과 학문을 배워 소견이 높고 행실이 졍직하면 무론 빈부 귀천 간에 그 부인이 한문은 잘하고도 다른것 모르는 귀죡 남자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지금부터 꼭 120년 전 서재필이 독립신문을 창간하면서 썼던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사설에서 ‘조선 여편네가 사내보다 하나도 못한 인생이 아닌데 지금처럼 괄시를 받는 것은 배우지 못한 탓’이라는 취지의 글을 쓰기도 했다.


조선시대 때는 아예 여자에게 공부를 가르치지 않았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에도 한동안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훨씬 뒤진 교육을 받았다. 초등교육도 못 받은 경우가 많았다. 굳이 유교사상이 아니었어도 남존여비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나는 평생을 산부인과 의사로 수만이 넘는 여자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철두철미한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자처하는 터다. 이 글이 행여 내가 남자라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남녀평등이란 말은 조선조 때도 있었던 수백 년 된 언어이다. 설마 남이란 글자가 앞에 있대서 양성평등으로 바꾼 건 아닌지? 이제는 북남회담이라고 해도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성적 소수자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므로 여기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우기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식들의 편협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은 불행이다.


‘중용’은 우리가 유교문화권에 살면서도 줄곧 지켜온 훌륭한 가치 중의 하나다. 모든 일은 정도에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것도 지혜다. 과유불급, 지나친 홍보나 교육 등이 여와 남을 첨예하게 대립시켜 그 영향이 이불 속까지 들어오는 세상이 된 것 같아 걱정이다.


어차피 남녀를 같게 만들 수는 없다. 태초에 역할이 달라 둘로 나누어진 게 남과 여다. 또 생물학적으로나 성적으로 너무 달라 관점에 따라서는 종만 같지 다른 동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지난 10년간 ‘해리 포터’ 다음의 베스트셀러가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라고 한다. 아직도 안 보신 분에게는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생물학적으로 남녀를 같게 만들고 싶다면 모르겠거니와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은 이미 이루어진지 오래다. 아니 여존남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마저 있다. 펄쩍 뛰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딸을 둔 노인네는 비행기에서 죽고, 아들 둔 노인네는 길에서 죽는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요즈음 출산을 앞둔 부모들 중 아들보다 딸을 원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답이 되고도 남는다. 더 이상 무엇을 원하랴? 예전엔 아들 낳겠다고 칠선녀, 팔공주까지 낳아 인구증가에 한 몫을 하기도 했는데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 전설이 되었다. 차라리 딸이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정책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김원회 칼럼 - 성학으로 보는 우리나라 출산율>
① 출산율에 대한 오진
② 출산율과 사랑의 변질
③ 출산율과 성태도
④ 처음 접한 '문화영화'
⑤ 무서운 포르노
⑥ 포르노와 자본주의
⑦ 포르노 배우와 창녀
⑧ 로스앤젤레스의 도우미
⑨ 성사(性史)

❿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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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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