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하면 테스토스테론 감소? 오르가슴의 진실 10

오르가슴이라고 하면 보통 '기분 좋은 순간'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들여다본 오르가슴은 그보다 훨씬 신기하다고 설명한다. 몸의 통증을 잠시 잊게 해주고, 연인과의 유대감을 높이며, 순간적으로 의식 상태까지 바꿔놓는다. 반대로 누군가에겐 절정이 오히려 고통이 되기도 한다.
1일(현지 시각) 영국 과학 매체 BBC 사이언스포커스(BBC Science Focus)가 미국 럿거스대 배리 코미사룩 박사 등 오르가슴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설명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을 쉽게 풀어봤다.
1. 뇌는 '어디'가 자극받는지 안다 = 오르가슴은 보통 생식기 자극으로 일어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약 12%는 입술이나 가슴, 심지어 두피를 자극받아도 절정에 이를 수 있다. 신기한 건 뇌가 어느 부위가 자극받고 있는지 구별한다는 점이다. 부위마다 신호가 뇌의 서로 다른 곳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코미사룩 박사는 여러 부위를 한꺼번에 자극하면 더 강렬하고 풍부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 척수를 다쳐도 절정은 가능하다 = 척수는 뇌와 몸을 잇는 통로다. 척수가 끊어지면 그 아래로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척수가 완전히 손상된 여성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식기에서 오는 신호가 척수 대신 '미주신경'이라는 다른 신경을 타고 뇌로 곧장 전달됐기 때문이다. 몸이 막힌 길 대신 우회로를 찾은 셈이다.
3. 사정하면 남성호르몬이 줄어든다? = 놀랍게도 반대다. 절정의 순간엔 여러 호르몬이 쏟아져 나온다. 흥미로운 건 쾌감과 관련된 도파민이 절정 직후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이다. 도파민을 억누르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인데, 관계 후 성욕이 가라앉고 졸음이 몰려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주 사정하면 남성호르몬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미국 미시간대 니콜 프라우스 박사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흥분할 때 오르기 시작해 절정에서 가장 높아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금욕해야 남성성을 지킬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다.
4. 오르가슴은 천연 진통제 = '오늘은 머리가 아파서'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르가슴은 통증을 잠시 꽤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절정의 순간 골반 신경에서 통증 신호를 막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코미사룩 박사의 연구에서는 같은 진통 효과를 내려면 모르핀을 더 많이 써야 했을 만큼 효과가 강했다.
5. 누군가에겐 절정이 고통이다 = 반대로 절정이 아픈 사람도 있다. 골반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돼 있으면 절정 때의 근육 수축이 쾌감보다 통증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전립선염이나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같은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어, 성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과거의 아픈 기억처럼 마음의 상처가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데도 생식기가 계속 흥분 상태로 느껴지는 질환도 있다. 인구의 약 0.6~3%가 겪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경에 생긴 작은 물혹이나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가 원인인 경우 수술 뒤 증상이 좋아지기도 했다.
6. 일부 항우울제는 오르가슴을 막는다 =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쓰는 일부 항우울제는 성욕을 떨어뜨리고 생식기 감각을 무디게 할 수 있다. 약이 뇌 속 화학물질의 균형을 바꾸기 때문이다. 대개는 몸이 약에 적응하면 나아지지만, 드물게 약을 끊은 뒤에도 문제가 오래가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7. 흥분하면 몸속 장기가 움직인다 = 격렬한 관계 뒤 '속이 뒤집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여성이 흥분하면 자궁이 위로 올라가고 자궁경부가 뒤로 물러나면서 몸속 공간이 넓어진다. 몸이 스스로 관계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8. 동물도 즐거움을 위해 성관계를 한다 = 번식이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성관계를 하는 동물은 사람만이 아니다. 돌고래는 혼자 즐기거나 동성끼리 짝짓기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보노보는 성관계로 긴장을 풀거나 싸운 뒤 화해한다. 일본원숭이 암컷이 나뭇가지나 돌을 이용해 스스로 자극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9. 돼지의 오르가슴은 최대 30분 = 돼지는 오르가슴이 유난히 길다. 수퇘지는 한 번에 5~7분 동안 정액을 내보내고, 최대 30분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네스 기록에도 올랐다.
10. 절정의 순간, 뇌는 잠시 멈춘다 = 절정 뒤 멍해지는 건 뇌가 큰일을 치렀기 때문이다. 절정의 순간 판단을 맡는 뇌 부위의 일부가 잠시 꺼지면서 통제력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저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코미사룩 박사는 이때 뇌 전체에서 수많은 신경세포가 한꺼번에 움직인다며, 아주 잠깐 평소의 의식 상태를 잃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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