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때마다 아프다면… 참지 말아야 할 성교통의 원인과 대처법
여성 4명 중 3명이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진료 필요

성관계 중 통증은 생각보다 흔하다. 미국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여성 4명 중 3명은 살면서 한 번쯤 성교통을 겪는다. 예일대 의대 산부인과 메리 제인 민킨 교수는 진료실에서 늘 듣는 고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흔하다고 해서 참고 넘길 일은 아니다. 생활 습관을 조금 바꿔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30일 미국 건강 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은 산부인과 전문의 민킨 교수와 미국 뉴욕의 산부인과 전문의 앨리사 드웩 박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성교통의 원인과 병원에 가야 할 신호,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과 치료법을 정리했다.
통증이 어디서 느껴지는지에 따라 원인을 좁혀볼 수 있다. 질 입구 쪽이 아프다면 질 건조가 원인일 수 있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거나, 충분히 흥분하기 전에 관계를 시작하면 질이 건조해져 통증이 생긴다. 폐경 전후나 폐경 이후, 피임약 복용, 모유 수유 기간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기 쉽다.
골반저근의 긴장도 원인이 된다. 골반 아래에서 생식기관을 바구니처럼 받치고 있는 이 근육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있으면, 드웩 박사의 표현대로 몸이 '진입 금지' 신호를 보내 삽입이 매우 불편해질 수 있다.
통증이 더 깊은 곳에서 느껴진다면 삽입 시 가해지는 압력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난소낭종이 있으면 삽입으로 낭종이 흔들리며 불편감이 생기고, 드물게는 터지기도 한다. 터지지 않더라도 액체가 새거나 피가 나 자극이 될 수 있다. 자궁근종이 삽입 시 닿는 부위에 있어도 통증이 생긴다.
자궁내막조직이 골반과 복부 다른 곳에 자라는 자궁내막증도 원인이다. 흉터 조직이 자궁과 자궁경부, 골반 인대의 움직임을 제한해 관계 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수술 뒤에 생긴 흉터나, 성병·세균성 질염 등으로 인한 골반염이 치료되지 않거나 반복돼 생긴 흉터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다. 자궁이 앞쪽이 아니라 뒤로 기울어진 '자궁 후굴'도 있다. 이 경우 반듯이 누운 정상위에서 자궁경부와 자궁이 더 뒤로 밀리며 인대와 근육이 당겨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입구와 깊은 곳 모두에서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도 있다. 칸디다 질염이나 세균성 질염, 임질·클라미디아 같은 성병이다. 드웩 박사는 흥분이나 윤활 문제가 아니라면 감염이 성교통의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성적 트라우마가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드웩 박사는 성관계가 늘 즐겁기만 한 건 아니어서, 전희가 평소보다 짧거나 스트레스로 분위기에 집중하지 못할 때 가끔 평소보다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드문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자주 반복된다면 문제다. 민킨 교수는 가벼운 통증이라도 3개월 넘게 이어진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계 시 새로 생긴 통증과 함께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발열, 냄새 나는 분비물이 있다면 골반염일 수 있다. 관계 후 출혈이 반복되거나 계속될 때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건조하거나 격렬한 관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궁경부나 질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통증이라면 성 건강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통증이 한 번뿐이었거나 이유가 짐작된다면 병원에 가기 전 한두 번 더 시도해봐도 괜찮다고 드웩 박사는 덧붙였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가임기 여성이 질 건조로 통증을 느낀다면 전희를 충분히 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윤활이 늘어 도움이 된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거나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경우라면 윤활제를 쓰는 것이 다음 단계다. 마찰을 줄여 깊은 곳의 통증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자극적인 성분이 든 제품은 오히려 통증을 키울 수 있어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피부가 예민하다면 성분이 단순한 의료용 실리콘 윤활제나 수성 윤활제가 좋다.
관계할 때만 쓰는 윤활제와 달리, 질 보습제는 평소 일주일에 몇 번씩 꾸준히 쓰는 제품이다. 건조함이 반복된다면 둘을 함께 쓰는 것도 방법이다. 몸 전체의 수분을 충분히 챙기는 것도 질 건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깊은 곳이 아프다면 체위를 바꿔보자. 민킨 교수는 정상위에서 아픈 사람이 여성 상위에서는 덜 아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병력과 증상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진찰을 한다. 질염이나 성병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세균성 질염엔 항생제처럼 원인에 맞는 약을 처방해 감염을 치료한다.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질 건조라면 질 에스트로겐 크림을 쓸 수 있다. 보통 일주일에 두 번 발라 질의 혈류와 자연 윤활을 늘린다. 폐경 전후나 폐경 이후 여성에게는 먹는 약이나 패치 형태의 전신 에스트로겐 치료를 권하기도 하는데, 질 건조와 함께 다른 폐경 증상도 개선할 수 있다.
골반저근 긴장이 원인이라면 질 확장기를 쓸 수 있다. 크기가 점점 커지는 기구로,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2~3회, 10~15분씩 스스로 연습하며 1~2주마다 크기를 늘려간다. 질을 부드럽게 늘려줄 뿐 아니라, 삽입 시 긴장을 풀도록 뇌를 훈련하는 효과도 있다.
자궁내막증에는 피임약을 포함한 호르몬 치료를 고려한다. 피임약은 난소낭종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며, 낭종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지만 드물게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자궁근종 역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자궁내막증과 마찬가지로 폐경 이후에는 대체로 증상이 나아진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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