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얘기, 어떻게 꺼내느냐가 만족도를 가른다"… 애착 유형과 성생활의 관계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꺼내기 어려운 주제다. 그런데 이 대화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성생활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관계에서 불안을 잘 느끼거나 거리를 두려는 성향이 있는 사람일수록 대화 방식이 무너지기 쉽고, 그 결과 만족도도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미국 심리학 전문 매체 사이포스트(PsyPost)는 캐나다 퀘벡대 우타우에 캠퍼스 연구진이 학술지 '사회·대인관계 저널(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에 발표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애착 유형이 성적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성에 관한 대화 방식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1년간의 추적 조사로 확인했다.
그동안 애착이 불안정한 사람은 성생활 만족도가 낮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연구를 이끈 리디아 페드노 박사과정생은 성에 관한 대화가 연인 관계에서 늘 존재하지만 정작 잘 다뤄지지 않는 주제라며,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대화가 만족도를 높이는지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1년 이상 진지한 관계를 이어온 성인 441명을 모집했다. 연애 초기의 '허니문 기간'을 지난 커플을 보기 위해서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약 30세였고, 처음과 6개월 뒤, 12개월 뒤 세 차례 온라인 설문에 응했다.
연구진은 애착 불안정성을 두 가지로 나눠 측정했다. 거절당할까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하는 '애착 불안', 친밀함을 불편해하고 혼자 해결하려는 '애착 회피'다. 성에 관한 대화 방식도 두 갈래로 구분했다. 대화를 피하거나 상대를 비난하는 '부정적 대화', 감정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협력적 대화'다.
분석 결과 애착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은 6개월 뒤 부정적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함을 불편해하는 사람일수록 성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를 탓하거나 대화를 피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회피 성향은 1년 뒤 성적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과도 직접 연결돼, 그 영향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애착 불안이 높은 사람은 다른 경로를 보였다. 6개월 뒤 협력적 대화가 줄었고, 이것이 다시 1년 뒤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불안형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불안 때문에 감정을 차분히 나누거나 함께 해결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오히려 상대에게 매달리거나 감정에 압도되면서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6개월 시점에 협력적 대화를 많이 한 참가자는 1년 뒤 성적 만족도가 더 높았다. 감정을 솔직히 나누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대화가 만족스러운 성생활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에게 성적 대화 방식을 개선하는 상담이나 치료가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가자 스스로 답한 설문에만 의존했고, 커플 양쪽이 아닌 개인 단위로 조사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혔다. 성적 대화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과정인 만큼, 앞으로는 커플 모두를 조사하거나 실제 대화를 관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페드노는 성에 관한 대화가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자기 감정을 상대와 나누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오히려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커플이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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