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는 운동이 될까, 심장에 무리가 될까

나이가 들면서 많은 남성이 한 번쯤 품는 궁금증이 있다. 성관계가 괜찮은 운동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심장에 부담을 주는지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심장질환이 있거나 중년에 접어든 남성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다. 이제는 이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할 수 있는 근거도 존재한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하버드의대 건강정보 매체 하버드헬스퍼블리싱(Harvard Health Publishing)은 성관계의 운동 강도와 심장에 미치는 영향, 발기부전 치료제의 안전성까지 관련 연구를 정리해 소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익숙한 상대와의 일반적인 성관계는 대부분의 남성에게 가벼운 운동 수준이며, 심장 관련 위험도 생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성관계가 심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이 실험실에서 러닝머신을 걸을 때와 집에서 성관계를 할 때의 심박수와 혈압을 각각 측정했다. 참가자는 여성 13명과 평균 55세 남성 19명이었다. 남성 참가자의 약 4분의 3은 기혼이었고, 70% 가까이는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53%는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4번 정도 운동하고, 한 달에 6번 정도 성관계를 한다고 답했다. 성관계는 모두 익숙한 파트너와 평소 방식대로 이뤄졌다.
결과는 러닝머신 쪽이 더 힘들었다. 운동 강도를 1~5점으로 매겼을 때 남성들은 러닝머신 운동을 4.6점, 성관계를 2.7점으로 평가했다. 여성에게 성관계는 심박수와 혈압, 체감 강도 모든 면에서 더 가벼운 활동이었다.
성관계 중 남성의 심박수는 분당 130회를 넘는 경우가 드물고, 수축기 혈압도 거의 항상 170 아래에 머문다. 운동 강도로 보면 가볍거나 중간 수준이다. 산소 소비량은 약 3.5 METs(대사당량)로, 폭스트롯 춤을 추거나 낙엽을 긁어모으거나 탁구를 칠 때와 비슷하다. 열량은 분당 약 5kcal를 쓰는데, TV를 볼 때보다 4kcal 많고 골프 코스를 걸어서 돌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매체는 계단 두세 층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면 성관계를 할 만한 체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관계는 낙엽 쓸기와 달리 흥분과 긴장이 동반되는 만큼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날 수 있다. 정신적 흥분과 신체 활동 모두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이고, 이는 심장마비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성관계도 이론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적어도 익숙한 상대와의 일반적인 성관계에서는 실제로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심장마비 100건 가운데 성관계와 관련된 것은 1건 미만이었고, 치명적인 부정맥은 200건 중 1건꼴이었다. 건강한 50세 남성이 특정 1시간 동안 심장마비를 겪을 확률은 약 100만분의 1인데, 성관계는 이 위험을 2배로 높이지만 여전히 100만분의 2에 그친다. 심장질환이 있는 남성은 위험이 10배 높지만, 이들조차 성관계 중 심장마비가 올 확률은 100만분의 20 수준이다.
흡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처럼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요인들은 발기부전의 원인이기도 하다. 공통 원인은 동맥경화로, 심장뿐 아니라 음경의 동맥도 손상시킬 수 있다. 그동안은 이 때문에 심장질환이 있는 남성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덜 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실데나필(비아그라), 바데나필(레비트라), 타다라필(시알리스), 아바나필(스텐드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발기부전 남성의 약 70%는 이 약으로 성관계가 가능할 만큼 효과를 본다. 안정적인 관상동맥질환이 있거나 고혈압이 잘 조절되는 남성이라면 이 약을 써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매우 중요한 예외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질산염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남성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쓰면 안 된다. 지속형 질산염, 니트로글리세린 스프레이·패치·연고, 아질산아밀 등 모든 니트로글리세린 제제가 해당된다. 다행히 질산염을 복용하는 심장질환자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다른 발기부전 치료법이 있다.
심장질환 유무와 관계없이 성관계를 안전하게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담배를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식단을 잘 챙기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술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마시는 것이 좋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성관계를 시작하지 말고, 도중에 심장 이상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야 한다.
한편, 이런 수칙만 지키면 성관계는 심장에 안전하다. 매체는 오히려 성관계로 인한 심장 문제보다 성병이 더 큰 위협이라며, 심장뿐 아니라 몸 전체의 안전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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