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연애에서 여성의 성욕이 먼저 식는다? 전문가가 말한 진짜 이유
"섹스가 싫어진 게 아니라, 지루한 섹스가 싫어진 것"…에스더 페렐의 진단

장기 연애에서 여성의 성적 흥미가 남성보다 먼저 낮아지는 경향을 두고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여성 개인의 성욕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성생활과 가사·돌봄 부담 등 관계 안에서 쌓이는 요인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16일(현지 시각) 호주 ABC 라이프스타일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성심리치료사 조한나 워(Johanna Waugh)는 "장기 이성애 관계에 있는 여성의 대다수는 남성 파트너보다 먼저 성적 흥미를 잃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예전에는 즐거웠는데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사회 연구자이자 작가인 웬즈데이 마틴(Wednesday Martin)에 따르면 18~70세 성인 수만 명을 추적한 6건의 종단 연구에서는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장기적이고 배타적인 관계에서 여성은 1~4년 사이 성적 흥미가 낮아지기 시작한 반면 남성은 9~12년까지도 파트너와의 성생활에 비교적 높은 만족을 보고했다.
친밀감과 일부일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심리치료사 에스더 페렐(Esther Perel)은 이를 여성의 성욕 자체가 약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여성이 섹스를 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섹스, 즉 충분히 흥미롭지 않은 섹스를 덜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연구에서도 장기 이성애 관계에서 성적 권태감 자체는 남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났지만, 남성은 여전히 파트너에 대한 전반적인 성욕을 비교적 높게 유지했다. 반면 여성은 성적 권태감이 커질수록 파트너를 향한 성욕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관계 안에서 누가 더 많은 가사와 돌봄을 맡고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멜버른의 성과학자 코비 베이커(Coby Baker)는 여성이 집안의 유형·무형 노동을 더 많이 담당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아이 도시락 싸기, 등하교 챙기기, 시어머니 생일선물 고르기까지 하다 보면 섹스가 해야 할 일 목록의 또 다른 항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스윈번 공과대학 연구에서도 장기 관계에서 누적되는 역할 불균형이 파트너를 향한 성욕 저하와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와 돌봄을 보다 공평하게 분담하는 커플에서는 여성이 신체적·정서적으로 성생활에 더 열려 있는 경향이 확인됐다.
다만 관계의 불균형이 여성의 모든 형태의 성욕을 낮추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연구에서는 불균형한 역할 분담이 파트너를 향한 성욕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개인적인 성욕 자체에는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의 성욕 저하를 개인 내부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두 파트너가 함께 관계의 구조를 살펴야 한다고 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성욕 저하를 개인의 결함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커는 "당신은 고장 나지 않았다"고 말했고 워 치료사는 파트너가 가사와 돌봄 부담을 더 나눌 경우 여성이 성적 관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생활에 대한 대화 방식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다툼이 벌어지는 순간보다 비교적 편안한 시간에 서로의 욕구와 불편을 이야기하고 데이트 나이트나 새로운 활동처럼 관계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커플 상담사나 성과학자, 성심리치료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박주원 soxak@soxak.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