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하면 면역력 높아질까…전문가들이 본 ‘진짜 효과’
남성 대상 소규모 연구서 백혈구·NK세포 일시적 증가 확인

자위행위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까. 일부 연구에서는 오르가슴 직후 특정 면역세포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지만 이를 장기적인 면역력 강화나 질병 예방 효과로 해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5일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자위행위와 면역 체계의 연관성을 직접 살펴본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여성에 대한 관련 연구는 거의 없어 현재까지 나온 결과만으로 자위행위가 면역 기능을 높이거나 떨어뜨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연구는 2004년 학술지 ‘뉴로이뮤노모듈레이션’에 실렸다. 연구진은 남성 자원자 11명을 대상으로 오르가슴에 이를 때까지 자위를 하도록 한 뒤 오르가슴 전과 이후 5분, 45분 시점의 혈액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자위행위 이후 백혈구와 자연 살해 세포인 NK세포 등 일부 면역 체계 구성 요소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관여하는 면역세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면역력 향상으로 곧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재그디시 쿠브찬다니 뉴멕시코 주립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우선 11명이라는 표본 크기는 자위행위가 면역 기능에 이롭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대상자를 반복 실험하지 않았고, 건강한 자원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연령대나 질환 이력이 다른 집단에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자위행위가 면역 보호 분자의 급증을 유발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와 함께 나타나는 스트레스 감소 효과 때문인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면역 지표의 일시적인 변화가 장기적인 면역력 강화나 질병 예방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쿠브찬다니 교수는 면역 관련 수치가 잠시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감염병 예방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여기에 사정 빈도와 전립선암 위험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도 있다. 2016년 ‘유러피언 유롤로지’에 실린 연구는 남성 3만1925명의 자가 보고 자료를 18년간 분석한 결과 사정 빈도가 높은 경우 전립선암 위험이 낮은 것과 유익한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연구 역시 한계를 인정했다. 자가 보고 방식에 따른 데이터 정확성 문제와 성 활동과 전립선암 발생 원인 사이의 관계가 기존 연구에서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더 부족하다. 2014년 ‘성의학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남녀 참가자의 성 활동과 면역 반응의 관계를 분석했지만 자위행위 빈도와 면역 지표 사이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자위행위가 면역 체계보다 스트레스 완화와 기분 개선 등 다른 측면에서 더 분명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 건강과 전인적 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제리 베일리 박사는 “오르가슴 도중과 이후 각성 상태 증가와 호르몬 분비가 면역 세포와 호르몬을 활성화한다”며 “이 효과는 오르가슴 후 최대 24시간 지속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점은 오르가슴 후 60분 이내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쿠브찬다니 교수는 “자위행위는 장기적이거나 지속적인 면역력 형성에 기여하지 않는다”면서도 “숙면 도움, 스트레스 해소, 기분 향상 등의 다른 이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나온 연구만으로는 자위행위가 면역력을 장기간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 관련 연구의 표본 규모가 작고 남성 중심으로 진행된 데다 확인된 면역 변화도 일시적인 수준에 그친 만큼 면역 강화 효과보다는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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