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휴대폰?”…배우자 스마트폰 집착, 침실 갈등으로 이어진다
연구진 “스마트폰 사용이 정서적 거리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배우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행동이 여성의 성적 스트레스와 가정 내 갈등감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대에게 외면받는다는 느낌이 커질수록 부부 사이의 정서적 친밀감이 약해지고 가정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싸이포스트에 따르면 튀르키예 연구진은 기혼 여성 343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퍼빙’과 성적 스트레스, 가정 내 평화 수준의 관계를 조사했다. 퍼빙은 함께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상대를 소홀히 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널 오브 섹스 앤드 매리털 테라피’에 실렸다.
연구진은 부부관계에서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보다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쪽이 대화 중 계속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다른 쪽은 자신이 무시당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정이 쌓이면 정서적 친밀감이 줄고 성생활 만족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가지안테프 이슬람 과학기술대학의 부르주 차크 도네르 연구원이 에즈다네 조슈쿤, 아이셰 에미노울루 귀벤 연구원과 함께 진행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 같은 현대적 생활 습관이 부부의 성적 만족과 가정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조사는 지역 가족보건센터를 통해 모집한 20~66세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대면 면담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했으며 배우자가 얼마나 자주 스마트폰 때문에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고 느끼는지, 가정생활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성생활과 관련해 좌절감이나 불안, 죄책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지를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배우자의 퍼빙을 더 자주 경험한다고 답한 여성일수록 가정생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집 안에서 깊은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은 더 높았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소외감이 단순한 기분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정 전반의 분위기와 연결된 셈이다.
성생활과 관련한 스트레스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배우자의 퍼빙 수준이 높다고 느낀 여성일수록 성적 스트레스 점수도 높았다. 연구진은 통계 분석 결과 배우자의 퍼빙과 가정 내 평화 수준이 여성의 성적 스트레스 차이 가운데 거의 3분의 1을 설명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애착 이론과도 연결해 해석했다. 애착 이론은 성인도 가까운 관계 안에서 정서적 지지와 인정받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배우자가 대화 대신 휴대전화 화면에 빠져 있으면 상대는 이를 정서적 거리 두기나 무관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성별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많은 사회에서 여성이 가정의 감정적 분위기와 집안 관리를 더 많이 책임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담 속에서 배우자까지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지면 성적 욕구나 친밀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력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고등학교 졸업이나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은 배우자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더 민감하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관계에서 기대하는 소통 방식이 달라 배우자의 디지털 외면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봤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득이 지출보다 많다고 답한 여성들은 배우자의 퍼빙을 덜 느꼈고 성적 스트레스도 낮았다. 이들은 가정 내 평화 수준도 가장 높게 보고했다. 연구진은 경제적 여유가 집안의 기본 긴장을 줄이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만성질환을 가진 여성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배우자의 퍼빙을 더 많이 느꼈고 성적 스트레스도 높았으며 가정의 평화 수준은 낮았다. 연구진은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 배우자의 정서적 지지가 더 필요한데 이때 상대가 스마트폰에 몰두하면 외면받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족 형태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줬다. 확대가족 형태로 사는 여성은 핵가족 형태로 사는 여성보다 전반적인 만족도가 낮았다. 이들은 가정 내 깊은 스트레스와 성적 스트레스도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생활 부족과 가사 부담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설문 결과를 분석한 것이어서 원인과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배우자의 스마트폰 사용이 갈등을 만든 것인지, 이미 부부관계나 가정 분위기에 문제가 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또 실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느낀 배우자의 행동을 바탕으로 조사했다는 한계도 밝혔다. 기분이나 현재 관계 만족도에 따라 상대의 행동을 다르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도 튀르키예의 특정 지역 여성으로 한정됐고 남성의 경험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연구진은 향후 부부를 장기간 추적하는 방식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통 부족이 스마트폰 회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스마트폰 사용이 먼저 관계 갈등을 키우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쪽 배우자의 응답을 함께 분석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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