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하면 정신병자?" 크로스드레싱과 성도착증 차이
이성 옷 입는다고 병 아니다…'의상도착장애' 진단 기준은

이성의 옷을 입는 행위인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은 그 자체만으로 정신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반복적이고 강한 성적 흥분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심각한 심리적 고통이나 사회생활의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정신의학에서는 '의상도착장애(Transvestic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인 DSM-5는 의상도착장애를 성도착증(paraphilia)의 한 유형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이성의 옷을 입는 행위가 아니라, 그 행동이 특정한 성적 흥분과 연결되고 삶에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키는지 여부다.
의상도착장애는 일반적인 크로스드레싱과 구별된다. 크로스드레싱은 자기표현, 성별 정체성 탐색, 문화·예술 활동 등 다양한 이유로 이뤄질 수 있으며,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는다.
DSM-5에 따르면 의상도착장애 진단을 위해서는 이성의 옷을 입거나 입는 상상을 할 때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돼야 한다. 또한 이러한 충동이나 행동 때문에 사회생활, 직장생활, 대인관계 등 주요 영역에서 뚜렷한 고통이나 기능 저하가 나타나야 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크로스드레싱 욕구와 함께 나타나는 수치심, 죄책감, 불안 등이 있다. 일부는 관련 의류를 구매한 뒤 사용하고 버리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욕구를 억누르려다 심한 심리적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의상도착장애는 사람마다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경우에는 크로스드레싱 욕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만, 일부는 특정 시기에만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특정 의상이나 소재에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즘(fetishism)이나, 고통이나 굴욕과 성적 만족이 연결되는 마조히즘(masochism)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의상도착과 트랜스젠더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의상도착은 이성의 옷을 입는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성적 흥분을 의미하는 반면,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의상도착장애 역시 일반적으로 성 정체성의 문제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다뤄진다.
동성애와도 구분된다. DSM-5와 관련 연구들은 의상도착장애가 주로 이성애자 남성에게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성적 지향과는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어린 시절 크로스드레싱 과정에서 경험한 흥분이 사춘기 이후 성적 흥분과 연결되고,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치료의 목적은 크로스드레싱 자체를 중단시키는 데 있지 않다. 치료는 욕구가 형성된 배경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치심과 죄책감, 불안 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필요에 따라 상담 치료와 심리치료를 통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접근이 이뤄진다.
한편, 현재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의상도착장애를 비롯한 비폭력적 성도착증을 계속 질환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행 DSM-5 체계에서는 크로스드레싱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고통과 기능 저하가 진단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주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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