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피임약 복용, 여성 우울증 환자 자살 충동↑(연구)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여성 2만706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피임약 복용 이력이 있는 여성은 자살 위험이 3배까지 높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구피임약 복용이 여성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에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피임약을 장기 복용했을 때 더 위험하다. 


16일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선재·김현창 교수팀이 피임약 복용이 자살 생각 및 자살 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여성 2만7067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피임약 복용 이력이 있는 여성은 자살 위험이 3배까지 높았다. 자살 시도 위험은 1.97배 높았다. 전체 조사 대상자의 15%(4067명)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했는데, 이 중 19.9%(812명)에서 피임약 복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자살 생각이나 시도가 없었던 여성 중에는 이런 비율이 15.2%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런 통계치에 사회경제적 요인, 생활습관 등을 고려했을 때도, 피임약 복용 자체로 여성의 자살사고 및 행동이 13% 정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에 우울증이 있었던 여성들이 피임약을 오래 복용할수록 자살 충동 위험이 더 커지는 연관성도 확인됐다.

  

지난 2016년 덴마크에서 피임약과 정신 건강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이 15세~34세 사이의 덴마크 여성 100만여 명을 14년간 추적, 조사했다. 연구 시작 당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피임약 복용한 여성은 복용 6개월 후 우울증 증상을 보일 확률이 40% 정도 높았다. 특히, 15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이 경구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확률이 무려 약 80%나 높았다.

 

경구피임약 중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혼합한 약을 복용한 이들은 먹지 않은 사람보다 23% 정도 더 많이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다. 프로게스테론 성분만 들어 있는 약을 먹은 경우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확률이 34% 높았다. 사전에 먹는 경구피임약은 대체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혼합한 형태지만, 사후피임약은 프로게스테론 계열 성분만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사후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항우울제 처방 확률이 더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감정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먹는 피임약이 이처럼 자살이나 우울증 위험도를 높이는 데 대해서는 이들 약물이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관련 신경전달물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 생식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작동성 신경전달이 감소하고, 이게 자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연관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사가 피임약을 처방할 때 해당 여성이 우울증이나 자살 시도 이력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선재 교수는 “피임약 복용이 이후의 자살 충동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정신건강이 취약한 여성들이 경구피임약을 더 소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다만 두 가지 경우 모두 경구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이 보도했다.


속삭편집팀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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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노 보지 마라" 겁주기식 성교육, 청소년에게 통할까

    학교에서 포르노를 가르치는 방식은 대체로 단순하다. 포르노는 해롭고, 그러니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겁주기식' 교육이 정작 청소년들이 성적 미디어를 접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필요한 것은 경고가 아니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는 지적이다.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진은 학술지 '포르노 스터디스(Porn Studies)'에 발표한 연구에서 잉글랜드의 청소년 포르노 교육 방식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경고 중심의 교육 대신 포르노에 대해 열린 대화를 나누는 '안전한 불확실성(safe uncertainty)'이라는 새로운 교육 틀을 제안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학교 포르노 교육은 대부분 '포르노는 위험하니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그러나 청소년 성 연구들을 보면 젊은 층이 성적 미디어를 대하는 방식은 훨씬 복잡하다. 본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의문을 품고, 실제 관계와 비교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책이 내세우는 확신과 청소년의 실제 경험 사이의 이런 괴리가 교사들에게 큰 과제를 안긴다고 봤다. 현재 교실에서는 경고, 정해진 대본에 따른 수업, 도덕적 메시지로 피해를 예방하려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의도는 좋지만, 이런 방식은 대화를 막아버리고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도구를 갖추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영국 정부의 '독립 포르노그래피 검토 보고서'를 비롯한 현행 정책 틀을 분석하고, 이를 청소년의 성적 미디어 경험에 관한 여러 분야의 연구와 비교했다. 청소년의 포르노 이용,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에 관한 기존 연구를 종합해 교육적 대응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한계를 드러내는지 살폈다. 연구를 이끈 에밀리 세티 서리대 범죄학과 부교수는 많은 학교의 포르노 교육이 청소년은 본 것을 그대로 흡수하고 그로 인해 해를 입는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험이 훨씬 다양하며, 많은 청소년이 본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현실적인 묘사를 알아차리며, 관계와 동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할 공간을 원한다는 것이다. 세티 교수는 교육이 이런 대화를 막으면 청소년들이 이 문제를 혼자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지 대신 '포르노 리터러시' 연구진이 제안한 '안전한 불확실성' 모델은 위험 예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보호와 윤리적 경계는 유지하되, 포르노가 가진 복잡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체계적이고 열린 토론을 하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이 모델에서 교사는 성적 미디어가 동의, 권력, 젠더, 관계를 어떻게 그려내는지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탐구하도록 돕는다. 수업에서는 미디어 속 묘사를 분석하거나, 윤리적 딜레마를 토론하거나, 온라인 속 표현을 실제 친밀감이나 소통과 비교해볼 수 있다. 세티 교수는 이런 대화가 이른바 '포르노 리터러시'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포르노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한 형태로, 청소년이 무조건 피하라는 말을 듣는 대신 성적 콘텐츠의 제작 방식과 현실성, 윤리성에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세티 교수는 포르노가 청소년이 접하는 성적 메시지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소셜미디어, TV, 광고, 또래 문화 역시 성과 관계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을 형성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포르노에만 좁게 초점을 맞추면 그 영향력을 과장하는 반면, 다른 문화적 요인은 놓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성적 콘텐츠가 점점 더 쉽게 눈에 띄는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이 비판적 사고력과 윤리의식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적 피해를 다루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경고나 금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해석하고 관계를 돌아보며 성과 동의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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