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면역세포, 성행동에 영향(연구)
뇌 속 비만세포가 성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쥐 실험 결과 밝혀졌다. 비만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일종의 면역 세포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새로 태어난 암컷 생쥐들에게 에스트로겐을 주입해 비만세포를 활성화했다. 그 결과, 이 암컷 생쥐들이 성장했을 때 다른 암컷을 쫒아 다니고 올라타는 등 수컷처럼 행동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을 주입한 신생 쥐 암컷의 뇌 속에서 비만세포가 증가한다. 또 이 세포는 히스타민을 분비해 다른 뇌세포인 ‘미세 야교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수컷에 전형적인 두뇌 패턴을 보이게 만든다. 뇌의 면역세포인 비만세포는 생쥐가 수컷 또는 암컷에 걸맞은 성행동을 보이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캐서린 렌츠 조교수(뇌과학·심리학)는 “생쥐의 수컷에 전형적인 성적 특성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이 뇌의 비만세포를 활성화하고, 이 비만세포가 생쥐의 성적 발달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렌츠 조교수는 “수컷처럼 행동하는 암컷들은 정작 수컷의 생식 기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기묘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암컷은 다른 암컷들에게 수컷처럼 행동하도록, 강한 동기부여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성별 차이가 호르몬에 의해 발달 초기 단계에서 프로그래밍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뇌와 성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차원의 변화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
연구팀은 임신 중의 알레르기 반응·상처 또는 염증 등 비교적 사소한 일도 자손의 성행동 발달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항히스타민제 또는 진통제의 복용도 태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렌츠 조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증 등 남아에게 더 흔한 정신의학적·신경학적 장애의 발병 위험을 설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여러 연구에서는 성행동을 지시하는 데 있어서 다른 유형의 뇌세포인 ‘미세 아교세포’(microglia)가 하는 역할을 밝혀냈다. 그런데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비만세포가 이 ‘미세 아교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관심을 쏟은 부위는 시상하부에 속하는 뇌의 ‘시교차 앞쪽 영역’(pre-optic area)이다.
이 내용은 ‘신경과학’ 저널에 게재됐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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