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의 질이 건강 좌우한다
결혼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꽤 많다. 하지만 결혼생활의 적대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우울한 경우, 배우자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비만·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 때문에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을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행동의학연구소의 재니스 K. 키콜트-글레이서 소장(약칭 JKG)과 박사후과정 연구원 스테파니 J. 윌슨(약칭 SJW)의 대담 형식으로 ‘부부 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Q: 결혼생활이 일반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은 사실인가?
JKG: 많은 연구에 따르면 결혼생활은 평균적으로 질병 발생률, 수술 후 회복, 암 발병 위험 등 여러 측면에서 좋다. 반면 독신 생활은 흡연·고혈압·비만 또는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sedentary lifestyle, 좌식 생활습관)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SJW: 최근 분석 결과를 보면, 질 높은 결혼생활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일상적인 운동이나 건강한 식생활 습관과 거의 맞먹는다.
Q: 일부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가 비만인 경우 비만·당뇨병·대사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극적으로 증가해 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전염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JKG: 건강에 해로운 배우자의 행동은 그걸 따라할 수밖에 없는 미묘한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Q: 결혼생활 내내 불화를 빚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부부간 불화는 일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나?
JKG: 심혈관계 질환·고혈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부부 간의 불화는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을 2배 증가시킨다.
SW: 관계에 만족하는 부부들보다 불만족하는 부부들에게서 발병률이 더 높은 만성 질환은 일부 염증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또 결혼생활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삶이란 여행의 동반자에 해당한다. 불행한 결혼생활은 우울증의 온상이다. 우울증이 건강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악영향도 잘 알려져 있다.
Q: 대부분 질병의 발생 원인이 염증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JKG: 염증은 질병 발생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염증은 많은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Q: 결혼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많은 행동이 바뀐다. 결혼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JKG: 우리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브로콜리를 더 많이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가 먹으라고 하는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다. 건강식을 하고, 운동을 하고,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
SW: 건강에 특히 중요한 수면도 결혼 스트레스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다.
Q: 건강식과 운동, 적당량의 음주, 충분한 수면 등이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나?
JKG: 그렇다. 고지방 음식,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으면 몸안에 염증이 생긴다. 과음·흡연·좌식 생활습관·우울증도 모두 염증을 일으킨다.
SW: 수면 장애 역시 높은 염증 수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Q: 결혼 불화가 생리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JKG: 부부 사이의 불화가 심할 경우 혈액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Q: 불화 때 나타나는 행동은?
JKG: 부부 간 불화의 전형적인 현상은 ‘요구-철회 방식’ (demand-withdraw pattern)의 의사소통과 ‘부정적 의사소통의 가속화’(negative escalation)다. 전자의 경우 한 사람은 변화를 원하지만, 상대방은 논의를 원치 않는다. 후자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부정적으로 말하면 상대방도 부정적으로 말하고,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진다.
Q: 결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 남녀의 성별 차이가 있는가?
JKG: 여성들이 긍정적인 일이든 부정적인 일이든, 남성들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여성들은 부부 사이의 일들에 대해 남성들보다 훨씬 더 많이 심사숙고하거나 생각한다. 따라서 결혼 스트레스가 여성들의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건 놀라운 일이다.
Q: 부부 사이가 좋을 경우 배우자가 아프면 본인의 건강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JKG: 이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배우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런 배우자들의 면역체계는 예방접종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반응(효과)을 보인다. 몇 년 전의 연구 결과다. 그들의 염증 수치는 더 높았고,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는 더 낮았다. 배우자의 질병이 상대방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증거는 이밖에도 적지 않다.
Q: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노인 부부들은 배우자가 아플 때 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JKG: 노인 부부들은 오래 세월에 걸쳐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신체적으로는 젊은이들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 20대에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끄떡없지만, 늙으면 면역기능이 뚝 떨어지고 노화에 따른 염증도 증가한다.
SW: 나이가 들면 사회적 네트워크의 규모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부부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Q: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 있나?
JKG: ‘개인 치료’와 반대 개념인 ‘결혼 치료’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역시 결혼 문제 자체의 해결이다.
SW: 상대방의 관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한 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Q: 한 배우자가 아플 때 부부 사이의 긴장을 풀려면 지지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그 표현이 잔소리나 비판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SW: 배우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당신을 믿어요. 당신은 도전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요.”라는 식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게 좋다. 공감을 얻는 것도 효과적이다. 배우자의 말을 경청하고, 사랑과 따뜻함으로 감싸줘야 한다.
Q: 연구에서 터득한 것을 부부 관계에 활용했는가?
JKG: 그렇다. 우리 남편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배우자가 아플 경우 상대방에게 관심을 쏟는 것 못지않게, 본인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Q: 이혼은 불안감·우울증·스트레스·고독감 등을 일으키는 것 같다. 무엇이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나?
SW: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혈압이 더 낮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독신 생활자들과 불행한 결혼 생활자들의 통증 수준이 똑같다. 앞의 두 연구에서,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후유증에서 곧 헤어난다. 하지만 대상자의 10~15%는 질병과 싸우고, 더 큰 건강 위험에 직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독감은 결혼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다. 미혼자들의 경우, 가족·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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