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벽 처지는 느낌…" 골반장기탈출증 진행 측정 기준 생겼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은 ‘골반장기탈출증의 진행률 측정기준’을 새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사진=shutterstock.com)


여성들의 자궁탈출증을 비롯한 골반장기탈출증의 진행률을 측정하는 의학적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은 ‘골반장기탈출증의 진행률 측정기준’을 새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빅토리아 핸더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베이뷰 메디컬센터 산부인과 과장)는 “최장 9년에 걸쳐 자원자 1천명 이상의 질 벽이 축 처지는 정도를 측정해 기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골반장기탈출증의 예방 및 증상 완화 요소에 대한 연구·탐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핸더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어떤 여성들이 이 증상을 보일 것인지 예측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알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나이가 들거나 출산한 뒤 질 벽이 자연적으로 축 처지는 질병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썩 많지 않다. 이 질병은 초기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장기조직이 질 입구에 압력을 가하거나 질 입구에 매달려 불편하고 당혹스럽게 한다. 의료계 통계(2011년)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년 교정수술이 필요한 골반장기탈출증 환자가 약 40만 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전문가그룹은 1996년 골반장기탈출증의 정도를 대략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에 동의했다. 즉 질 입구에서 (방광 근처의) 질 앞벽까지의 거리, (직장 근처의) 질 뒷벽까지의 거리, (자궁 근처의) 질의 가장 윗부분까지의 거리 등 세 가지를 각각 측정한다는 게 이 시스템의 골자다. 이 거리가 짧을수록, 질의 지지력이 약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측정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지도 않았다. 핸더 교수 연구팀은 ‘골반장기탈출증의 진행률 측정기준’을 새로 만들기 위해 볼티모어 클리닉의 자원자 1,224명(연간 기준)에게 이 세 가지 측정법을 적용했다. 자원자들은 최근 5~10년 안에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었고, 2~9년에 걸쳐 추적 관찰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여성들의 약 20%는 질 지지력 측면에서 증상의 변화 또는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나머지 약 80%의 경우 모두 증상이 점진적으로 더 나빠졌다. 가장 빠른 증상 악화는 질 앞벽의 지지력 감소로 나타났다. 5년마다 평균 0.5cm씩 질 앞벽이 축 처졌다.

 

핸더 교수는 “질의 지지력은 빠르게 악화되지도 않고, 저절로 개선되지도 않는다”며 “증상이 느리게 진행되는 여성들은 수술을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 분만(질 분만)한 여성들은 제왕절개로 출산한 여성들보다 약 5년 더 빨리 증상이 나타났다. 

 

핸더 교수는 “이 때문에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장려해선 안 되지만, 질병의 위험요소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차례에 걸친 자연 분만은 골반장기탈출증의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질 검사 때 측정할 수 있는 생식기 틈새(요도 입구와 질 입구의 바닥 사이)도 질의 지지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틈새는 정상 분만한 여성들의 경우 더 넓었다. 특히 넓은 생식기 틈새는 질의 지지력 감소· 골반장기탈출증의 빠른 진행 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근육 조직의 기여도와 기능을 규명하는 추가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상연구 자원자들에게서 모은 여러 자료와 골반에 대한 3차원 초음파 촬영 사진, 골반 근육의 측정치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이 내용은 ‘미국산부인과학회지’(3월호)에 실렸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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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산업을 발전시키다

    최근 출간된 ‘바이브레이터의 나라: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가게들이 향락산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라는 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네바다주립대(UNLV,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의 성관계 및 섹츄얼리티 전문가인 린 코멜라 교수다. 미국의 대학전문 사이트 ‘타임스 고등교육’(timeshighereducation.com)’은 이 책을 ‘금주의 신간’으로 선정했다. 예일대 문학 교수를 지낸 작가 겸 문화비평가 로라 프로스트는 서평에서 “이 책은 미국의 성 문화를 바꾸는 혁명을 주도한 여성들을 만나게 해준다”고 평했다. 다음은 프로스트의 서평이다. 독자들은 처음으로 산 섹스토이인 바이브레이터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 결과(2009년)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약 50%가 진동기로 자위행위를 한 경험이 있다. 이 수치는 소설 및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성인 산업’의 눈에 띄는 변화 등 대중문화 현상 덕분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 특히 모든 성인용품점이 싸구려 여성용 속옷이나 끈적끈적한 남성용 잡지를 취급하고, 구멍을 통해 저질스러운 쇼(peep show)를 보여주던 시절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색스토이 산업은 갈수록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등을 공략하고 있다. 연간 150억 달러(약 16조 8,93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펠트로가 운영하는 라이프 스타일 웹사이트 ‘구프’(Goop)는 금도금 바이브레이터를 1만 5,000달러(약 1,689만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여성들에게 쾌락을 안겨주는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뉴욕타임스는 최근 “페미니즘을 노린 마케팅 제품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의 저자인 린 코멜라 교수는 맨해튼의 섹스부티크 ‘베이브랜드’에서 6개월 동안 현장연구를 수행한 권위 있고 열정적인 학자다. 그녀는 역사학·민족지학·기록학 등 통섭적인 연구와 ‘바이브레이션 나라’의 여성 선각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녀는 페미니즘과 소비자본주의라는 어울리지 않은 두 가지가 어우러져 어떻게 미국의 성문화를 변화시켰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에 앞서 1999년 레이철 메인즈는 책 ‘오르가슴의 기술 : 히스테리, 바이브레이터, 여성의 성 만족’에서 바이브레이터의 기원을 밝혀 각광을 받았다. 바이브레이터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는 의료장비로 발명됐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린 코멜라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수선한 가운데 알프레드 킨제이의 성 행동 연구,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와 ‘제2의 물결 페미니즘’ 등이 등장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혁명의 첫 장면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군 위문공연·공보단장이었던 미망인 델 윌리엄스가 1970년대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사려다 당황했던 시절을 꼽았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이브의 정원’(Eve's Garden)이라는 우편주문 사업을 시작해 번성했다. 마침내 그녀는 1979년 뉴욕의 중심가인 맨해튼 빌딩에 미국 사상 첫 페미니스트 성인용품점을 갖게 됐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섹스토이 산업의 새싹을 키운 사람은 1977년 샌프란시스코에 ‘굿 바이브레이션스’라는 가게를 연 조아니 블랭크였다. 그 가게는 차 한 대를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에 해당하는 작은 상점이었다. 벽에는 수공예 레이스가 걸려 있고, 여러 가지 골동품 같은 바이브레이터가 가득 들어있는 진열용 박스가 놓여 있는 가게였다. 성 교육자 겸 치료사로 활약한 블랭크는 여성 친화적인 섹스토이 판매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1977년 ‘굿 바이브레이션스’를 ‘특별하지만 여성 전용은 아니며, 깔끔하고 조명이 잘 된’ 공간으로 꾸미고 제품의 성능을 시험하는 비밀공간과 바이브레이터 제품을 제공했다. 블랭크는 ‘굿 바이브레이션스’의 신용을 구축해 미국 전역의 도시에 점포망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사의 사업은 강매 또는 비싼 제품을 사도록 강권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성실성·관대함을 중시하는 기업윤리에 바탕을 뒀다. 블랭크는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앞서 ‘공동체주의적이고, 비경쟁적인 기풍(에토스)’을 옹호하고 사회적 기업가의 정신으로 일했다. 그녀는 ‘굿 바이브레이션스’를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면서 소매업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종업원들을 ‘성 교육자’로 채용했다. 판매는 그다음 문제로 고려했다. 저자는 ‘이브의 정원’과 ‘굿 바이브레이션스’가 비영리 단체가 아닌데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런 것처럼 운영됐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이 책은 2016년 별세한 블랭크를 비롯해 페미니스트 혁명을 강력히 주도했던 수시 브라이트, 캐럴 퀸 등 대담했던 여성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더듬은 작품이다. 그런 만큼 ‘섹스 앤 더 시티’나 ‘트랜스페어런트’ 같은 재미있는 TV시리즈로 제작돼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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