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이용해 제조한 와인,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
쿠바 사람들은 첨단 발효시설 대신 콘돔을 이용해 수제 와인을 만든다. 쿠바의 주류 판매점에서는 보통 사람 월급의 50%에 해당하는 25달러(약 2만 8,500원)를 줘야 수입 와인 한 병을 겨우 살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수제 와인은 쿠바 사람들에게 매우 싼 술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뒤뜰에서 수제 와인을 제조하는 업자인 오레스테스 에스테베즈는 포도가 듬뿍 담긴 큰 유리병을 수백 개 갖고 있다. 이 유리병은 ‘콘돔 뚜껑’으로 덮여 있다. 에스테베즈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콘돔을 보면, 언제 와인을 작은 병에 옮겨 넣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코넬대 캐슬린 아닌크 강사(포도재배·양조학)는 라이브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포도를 와인으로 발효시키기 위해선 효모가 과일 속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CO2)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에스테베즈는 “포도가 발효됨에 따라 콘돔이 가스에 의해 부풀어 오르며, 콘돔이 다시 흐물흐물해지면 발효가 끝났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큰 유리병 위에 콘돔을 씌우는 것과 남성 음경에 콘돔을 씌우는 것은 비슷하다”며 “콘돔이 서면, 와인이 다 됐다는 신호이고, 제조 과정이 끝난다“고 말했다.
뒤뜰에서 와인을 빚다가 와인 제조업자로 변신한 에스테베즈는 하루 평균 50병의 와인을 한 병에 40센트씩 받고 판매한다. 값이 싼 데다, 콘돔 뚜껑을 씌워 괴상한 와인 유리병 덕분에 인근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닌크는 “기업적인 와인 제조업자는 발효 잠금장치로 밀봉해 산소를 차단하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게 하며, 발효 과정에서 와인의 당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공정을 끝낼 시점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콘돔 안에 이산화탄소를 붙잡아두면 와인을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팽창 상태에서 수축 상태로 바뀌는 것을 기다린다고 해서 발효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수제 와인 제조업자들은 풍선 등 부풀어 오르는 물질을 사용해 왔다. 이와 관련, 아닌크는 “풍선이든 뭐든, 와인 항아리의 목에 딱 맞고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물질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제 와인의 제조에 더 적합한 기구도 있겠지만, 집에서 임시변통으로 발효작업을 하는 데는 풍선이나 콘돔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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