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경험, 남자는 '과장', 여자는 '축소' 왜 그럴까?
성경험에 관한 거짓 진술은 성병 통제를 어렵게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은 성경험에 관해 거짓말을 할까? 미시간대 셔빈 아사리 교수(정신의학·공중보건)가 호주의 연구 분석 전문사이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같은 주제를 다뤘다.
아사리 교수는 이 칼럼에서 “남녀 모두 성관계 파트너의 숫자와 성관계 횟수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남성은 과장 보고하고 여성은 축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행동 관련 자료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성병의 예방 조치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아야 하지만, 거짓 보고하는 사례가 많아 보건정책의 실효성을 해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일명 ‘애드 헬스’(Add Health)라는 미국청소년건강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 7,870명 가운데 45명이 최소 1회 처녀임신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례로는 성관계를 절제하는 젊은 성인들 사이에선 예상할 수 없는 높은 성병 발생률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성병 감염으로 확진된 젊은 성인 가운데 성병검사를 받기 전 1년 사이에 성관계를 절제했다고 보고한 사람은 약 10%에 그쳤다.
성경험이 있는 젊은이들 가운데 실제 성경험을 한 시기를 솔직히 털어놓는 사람도 22%에 불과했다. 두 번째 성경험 시기를 첫 번째 성경험 시기로 바꿔 거짓 보고하는 게 보통이다. 남성들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성경험 시기를 보고할 확률은 여성들보다 훨씬 더 높다.
성행위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여성들은 성관계 파트너가 많다고 하면 문란한 것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이를 줄여 보고한다. 또 남성들은 성관계 횟수를 부풀려 보고한다. 이 두 사례는 모두 자신들의 실제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런 현상을 ‘사회적 바람직함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 또는 ‘사회적 인정 편향’(social approval bias)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혼전 성경험, 불륜 등에 관한 본인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이런 과장·축소 보고가 일부 허풍쟁이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연구 결과도 없지 않다.
아사리 교수는 또 “미혼 남녀뿐만 아니라 부부들도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성관계에 대한 의사결정을 누가 내리느냐는 질문에 대한 부부들의 답변은 뜻밖에 일치하지 않는다.
남성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여성들은 부정적 답변을 할 가능성이 크다. 남성들은 성관계를 자주 하고, 콘돔을 덜 사용한다. 보고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남성들에겐 우연히 만나 성관계를 맺는 파트너가 더 많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더 적은 숫자의 불륜 파트너를 갖고 있다고 보고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성은 ‘허풍’(swagger), 여성은 ‘비밀’(Secretive)이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성행위에는 이중 잣대가 있다. 남성들은 성행위로 찬사를 받지만, 여성들은 똑같은 성행위로 지탄을 받고 때론 낙인찍힌다. 성관계 파트너 숫자가 많을 경우 남성들은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는 반면, 여성들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도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한 방식이다. 쉽게 말해, 좋은 것은 내 덕분이고, 나쁜 것은 남 탓이라는 뜻이다.
아사리 교수는 “이런 문제에 대한 유일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은 성도덕에 관한 이중 잣대를 꾸준히 줄여나가는 것”이라며 “보건의료 연구자들은 그때까지 자료의 정확성에 계속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의 전산화, 개인 프라이버시와 기밀 유지의 강화도 해결책의 일부”라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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