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개국, 성폭행, 폭력범죄 아닌 도덕범죄 간주…'충격'

전 세계 성폭력 관련법 분석 결과 '문제 심각'

73개국에서 성폭행을 폭력범죄가 아닌 도덕범죄로 간주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shutterstock.com)


벨기에·바레인 등에서는 성폭행을 폭력범죄가 아닌 도덕범죄로 간주하며, 유죄 판결을 받은 성폭행범들도 희생자와 결혼하거나 합의할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제여성인권단체인 ‘이퀄리티 나우’(Equality Now)가 세계의 성폭력 관련법을 분석한 결과 73개국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벨기에 등 국가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 국제여성인권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또 그리스·세르비아·러시아·태국 등에서는 피해 소녀가 성관계에 동의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특수 상황에서는 성폭행범이 법적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체 측은 “성폭행은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끔찍한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퍼지고 있으나, 현행 법률은 그들을 보호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법률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의에 어긋나며, 가해자가 아닌 생존자에게 도리어 수치심의 낙인을 찍기 일쑤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약 35%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10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 약 1억 2,000만 명의 소녀들이 일생 중 어떤 시점에서 삽입성교 또는 성행위를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편에게 당한 부녀자 강간의 경우, WHO의 감시를 받고 있는 유엔 회원국 73개 국가에서 발생한 82건 가운데 무려 10건이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선 미성년자 성폭행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인 데 비해, 미성년자와의 매춘 행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징역 5년에 불과하다.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요르단·나이지리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예멘 등 15개국에선 성폭행을 폭력이 아닌 도덕적 문제로 간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스페인·룩셈부르크·모로코 등에선 목격자 진술을 보강증거로 요구하는 등 성폭행 조사를 사실상 어렵게 하는 법률이나 관행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체의 법률담당이자 보고서의 주요저자인 앤토니아 커클랜드는 “해당 국가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인권운동가들과 개인들도 차별적 법률의 개정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국제여성인권단체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청원서를 오는 6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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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로봇의 진화는 어디까지?

    온라인 포르노가 인터넷의 성장을 이끌었듯 섹스를 위한 휴머노이드의 개발은 이미 로봇공학 분야에서 기술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섹스 로봇 업계에서는 2050년이면 인간과 로봇의 결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섹스 로봇은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공학 등이 융합하면서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의 신체를 본 뜬 성인용품 '리얼돌'이 섹스 토이로서 각광을 받았다면, 지금은 감정을 표현하고 고객의 취향에 따라 남성과 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 로봇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입니다.  원래 섹스 로봇(Sex Robot)은 인간의 성행위를 대신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을 의미하는데요. 200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성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10》(Adult Entertainment Expo 2010)에서 트루컴패니언사가 선보인 ‘록시(Roxxxy)’가 최초의 여성 섹스 로봇이었습니다. 키 170cm, 몸무게 54kg의 여성 형태의 이 로봇은 란제리 속옷 차림을 하고 있고, 합성고무 소재로 실제 인간 피부와 같은 질감을 구현했습니다. 신체 안에 내장된 랩톱 컴퓨터와 피부 센서가 소유자와 다양한 형태의 쌍방향 접촉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해당 로봇과 초보적인 대화가 가능한 점, 소유자의 촉각에도 반응한다는 점에서 론칭 당시 상당히 센세이션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고객의 취향에 따라 피부색, 머리 색깔, 성격을 선택할 수 있었고, 1대당 가격은 7,000∼9,000달러(약 790만 원~1,020만 원) 수준이었죠. 최근 등장한 섹스 로봇 중에선 미국의 리얼보틱스(Realbotix)가 개발 중인 '엑스 모드(X-Mode)' 버전의 섹스 로봇 하모니(Harmony)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하모니'는 인공 지능 센서가 탑재돼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고 겉은 실리콘 소재로 피부의 질감을 표현해 인간의 외형과 비슷하게 제작되었습니다. 내부에는 금속 척추·갈비뼈·질·항문 등이 내장되어 있고, 사용자의 터치나 말,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얼굴 표정과 입 모양까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령 '하모니'에게 "나 다른 여자랑 얘기해도 돼?”라고 물으면 '싫다'라고 거부하며 질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고 하죠. 한편 중국 기업 AI Tech는 ‘엠마(Emma)’라는 휴머노이드 애니매트로닉스 섹스 인형을 출시했습니다. 엠마는 고무 탄성을 가진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머리를 움직이고 눈을 깜박이며 영어와 중국어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엠마 속에는 만지면 신음 소리를 내는 터치 센서가 내장되어 있고, 로봇 온도가 섭씨 37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만질 때 따뜻해서 정말 사람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공지능 센서의 특성상 소유자가 로봇과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로봇이 소유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더 똑똑해지는 특징이 있죠. 그 밖에 섹스돌 지니에서 선보인 AI 기술 인형, '마벨라'는 로봇 소유자와 대화할 수 있는 사용자 맞춤형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갖추고 있고, 움직이는 눈, 입술, 심지어 목을 돌릴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더욱 로봇과 관계를 시도할 때 더욱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입니다. 섹스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인간에게 좋은 반려자가 되는, 좋은 파트너가 되어 즐거움과 안락함을 안겨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섹스 로봇이 반려자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결핍을 채울 완벽한 인간 대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남성이 원하는 섹스 로봇은 단순한 성욕의 해소 대상일까요? 물론 로봇의 비닐팩과 관이 여성의 자궁을 대체하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섹스 로봇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이성 친구로서의 기능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그녀>의 인공지능도 진짜 여성 같으나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남성 이용자 맞춤의 감정 노동을 다하는 가짜 여성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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