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수 줄이는 호르몬 주사 피임법, 부작용 많아 연구 중단
호르몬 주사로 정자 수를 줄이는 남성 피임약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 좋은 효과를 보였으나, 우울증 등 부작용이 많아 관련 연구가 조기에 중단됐다고 미국 의학전문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WHO 인간복제팀 의료책임자인 마리오 필립 레이즈 페스틴 박사는 이 남성 피임약을 사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르몬 주사가 임신율 감소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주사약의 유효성·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호르몬 결합에 대해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호주, 칠레,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영국 등 7개국에 거주하는 18~45세의 건강한 남성 32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남성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상대 여성과 장기적인 성관계를 유지했으며, 피임한 적이 없었다.
조사 대상 남성들은 1년에 걸쳐 8주마다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호르몬 주사에는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의 일종과 프로게스토젠(황체호르몬)의 일종이 포함돼 있으며, 이 두 가지 호르몬은 정자 생산을 억제하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함께 쓰인다.
연구팀은 부부들이 첫 번째 26주에 걸쳐 남성들의 정자 수가 감소하는 동안 다른 피임법을 사용하도록 했다. 연구팀의 목표는 정액의 농도를 정액 ml 당 정자 100만 개 이하로 낮추는 것이었다. 남성이 가임능력을 가지려면 ml 당 정자가 1,500만 개 이상 돼야 한다.
호르몬 주사는 남성의 96%에서 정자생산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6주 이후에는 부부들이 호르몬 주사 피임법에만 의존하도록 했으며, 이 단계에 참여한 남성 266명 가운데 여성 파트너가 임신한 사례는 4명에 그쳤다. 임신율은 약 1.5%에 불과했다.
임신한 경우와 정자 생산량이 충분히 감소하지 않은 경우, 정자 수가 줄었다가 다시 원상회복된 경우 등을 포함시켰을 때 주사 피임의 총 실패율은 7.5%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여성들이 피임약을 1년 동안 복용했는데도 약 9%가 임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 약 95%의 남성이 호르몬 주사를 중단한 뒤 1년 이내에 정상수준의 정자 수를 회복했다. 그러나 5명은 1년 6개월을 기다린 뒤에야 정자 수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1명은 주사를 중단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정자 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남성의 75% 이상은 가능하다면 향후 이 피임법을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남성은 여드름, 주사 부위의 통증, 성욕 증가, 기분 장애 등 부작용을 경험했다.
전체 부작용 가운데 약 60%는 호르몬 주사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대부분 경도와 중등도 사이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조울증·우울증 등 기분장애에 대한 우려로 2011년에 중단됐다.
전반적으로, 연구 대상자의 약 5%는 조울증을, 약 3%는 우울증을 경험했다. 남성 2명은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남성이 의도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 복용했으나 죽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연구팀은 주사의 타이밍을 변경하면 특히 기분장애 부작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 (WHO),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금을 사용해 피임법을 연구 개발하는 비영리기구 콘라드, 미국 국제개발처(AID)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호르몬 주사는 바이엘쉐링제약이 제공했다.
이 내용은 최근 임상 내분비·신진대사 저널에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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