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을 범죄로” 첫 페미니스트 엘리자베스 엘미

부부강간을 범죄로 규정하자고 처음 주장한 엘리자베스 엘미(가운데).


“호박이라는 식물의 수꽃이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거나 쓸모없는 삶을 꾸리고 있나요?”

 

현대인들에게 식물에 관한 이 간단한 질문은 다소 낯설기는 하나, 악의는 없는 것으로 들릴 것 같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1833년 태어난 엘리자베스 엘미는 19세기 말에 당시로선 급진적인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식물에 대해서가 아니라 성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은 식물학자가 아니라 대담한 1세대 페니미스트였던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녀는 1895년 ‘엘리스 에델머’라는 필명으로 ‘아기 새싹’(Baby Buds) 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47쪽 분량으로 어린이용 식물학 입문서이자 성교육 안내서이다. 그녀가 초기 페미니즘 형성에서 수행한 역할은 수년 전에야 비로소 분명해졌다. 모린 라이트가 쓴 책 ‘엘리자베스 엘미와 빅토리아 시대의 페미니즘 운동: 반란의 기치를 든 여성의 전기’ 덕분이다.

 

엘미가 행동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펴낸 ‘아기와 새싹’은 영국 정치권이 당시 맹렬히 반대하던 남녀평등을 은밀히 지지하는 견해를 밝혔다.

 

영국 감리교 목사인 아버지와 노동계급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엘미는 12세에 고아가 됐다. 그녀는 공교육과 독학 끝에 한 사립학교의 교장이 됐다. 1850년대부터는 잔업 페미니즘 활동가와 작가·시인으로 활약했으며, 활동의 중점을 여성의 경제적·성적 해방에 뒀다.

 

라이트에 의하면 엘미는 부부강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범죄로 공식 규정한 첫 여성이다. 그녀는 50여 년 동안의 활동 기간에 20개 이상의 페미니즘 조직에 참여했다. 또 영국여성해방연맹 명예 사무총장, 전염병 관련법(CDAs) 폐지를 위한 영국여성협회 집행위원 등의 직책을 맡아 활동했다.

 

CDAs는 당시 결혼이 허용되지 않았던 영국 육군·해군 병사들 사이에 만연한 성병의 증가율을 통제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시도였다. 그녀의 저서 ‘아기 새싹’은 이 법률의 폐지를 위한 투쟁의 한 수단이었다.

 

영국 병사들은 군 복무 중 매음굴을 드나들며 매춘부와 성교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성들은 성병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고, 병원에 감금되기도 했다. CDAs의 2~3차 개정으로 경찰력이 종전의 요새와 부두 밖에까지 미치게 됐다. 특히 여성들은 성병이 의심되는 경우 최장 1년 동안 비자발적인 성병검진을 받도록 강요받았으며, 여성의 병원 감금형은 최장 9개월로 늘어났다.

 

영국 정부는 성병 확산의 중요 원천 가운데 하나인 남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들에게 그 책임을 씌우고 비난의 화살을 당겼다. 전염병 관련법은 마침내 1886년 폐지됐지만, 여성들의 피해는 사라지지 않았다. 남성과 여성의 성행위에 대한 이중적 기준이 영국 문화에서 굳어졌기 때문이다.

 

엘미는 저서에서 식물의 생식을 이용해 인간의 성생활과 성관계에 대해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이 책은 각 가정에서 엄마가 점잖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어린이들에게 읽어줬다. 엘미는 식물의 생식 과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 어린이들이 성기 구조와 성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줬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과 동물(인간 포함)의 생존하는 방식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꽃의 씨 뿌리기와 인간의 성교를 통한 임신·출산 등을 비교해 가르쳤다. 엘미는 페미니즘 활동도 활발하게 벌였다.

 

엘미는 ‘아기 새싹’에 이어, 젊은 여성의 성교육을 위한 책 ‘인간 꽃: 출산 심리학과 성관계에 대한 약술’을 1895년 출간했다. 그녀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집필하는 영국 전통에 따라 ‘아기 새싹’을 썼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성과 직업적인 식물학자들은 외견상의 아동용 입문서에 썩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의도의 여부와 관계없이 엘미는 식물학에서 적절한 틈새를 발견했다. 엘미는 여성들이 글로 쓰기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생각들을 가르치고,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대중들에게 자신의 행동주의 철학을 확장할 수 있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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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엄청난 선구자다. 부부강간을 그 때 벌써 범죄로 규정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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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관계 후 몸에 생기는 뜻밖의 부작용 5

    성관계는 건강상 이점과 함께 파트너와의 깊은 교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신체적·심리적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단순히 피임과 성병 문제를 넘어, 우리 몸이 관계 후에 겪게 되는 생리적 변화와 주의해야 할 위험 신호들을 빈맥병원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1. "관계를 했는데 왜 쥐가 날까?" 근육 긴장과 피로의 실체 성관계는 심박수와 호흡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일종의 고강도 신체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근육 긴장과 함께 손, 발, 둔부 등에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 전 충분한 수분 섭취가 이러한 경련 리스크를 줄여준다고 조언한다. 또한, 절정 이후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진정 작용을 해 일시적인 피로감이나 나른함을 유발하는 것이 정상이다. 2. 생식기 냄새의 변화? 72시간이 고비다관계 후 생식기 주변의 냄새가 변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질 내 산성도(pH)가 알칼리성인 정액과 만나며 일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보통 1~2일 내에 사라지지만, 만약 냄새가 72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세균성 질염이나 칸디다증 같은 감염의 신호일 수 있어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3. 여성에게 더 치명적? 요로감염(UTI)의 습격여성은 남성보다 요도가 짧아 성관계 중 세균 침투에 매우 취약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관계 직후 소변보기’다. 소변을 통해 요도에 유입된 세균을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뇨 시 타는 듯한 통증이나 혈뇨가 나타난다면 즉시 치료가 필요한 요로감염일 확률이 높다. 4. 증상 없는 조용한 전파 성병의 반전대부분의 성병(STI)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파트너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콘돔을 사용하더라도 헤르페스(HSV)나 인유두종바이러스(HPV)처럼 피부 접촉만으로 옮는 경우도 있어, 의심되는 노출이 있었다면 약 2주 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유일한 확인 방법이다. 5. 정서적 롤러코스터... 수치심과 죄책감의 이유성관계 후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호르몬의 영향뿐 아니라 개인의 심리 상태, 교육, 문화적 배경에 따라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파트너와의 신뢰가 충분하다면 깊은 유대감을 느끼지만, 가족이나 사회적 압박 속에 있다면 관계 후 뜻밖의 수치심이나 죄책감, 심리적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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