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용 ‘로봇 아기’, 10대 임신 부추긴다(연구)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임신 억제 교육용으로 쓰이는 ‘로봇 아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봇 아기가 사용된 성교육을 받은 여자 아이들이 오히려 임신도, 낙태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로봇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아기’를 돌보는 것을 즐거운 일로 받아들이게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로봇 아기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진짜 아기처럼 울고, 자고, 칭얼대고 죽기까지 한다. 로봇 아기 프로그램은 성교육의 일환으로 여고생들로 하여금 주말 동안 이 로봇 아기를 돌보게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아기를 낳고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랜싯(Lancet)’ 저널에 실린 최신 연구에 따르면 결과는 그와 정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3~15세의 호주 여학생들을 상대로 3년간 관찰했다. 1267명에게는 로봇 아기를 줬고, 1567명에게는 로봇 아기를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로봇 아기를 받은 여학생 가운데 8%가 임신한 반면 로봇 아기를 받지 않은 여학생 중에선 임신한 경우가 4%였다. 낙태를 한 경우도 9% 대 6%로 로봇 아기를 돌본 여학생들의 비율이 더 높았다.
이 같은 의외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명확치 않다. 다만 연구에 참여한 샐리 브링크맨 박사는 “단 이틀간 아기를 돌보는 체험으로는 오히려 아기를 갖는 것이 재밌고 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호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로봇 아기 프로그램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전체 고교의 67%에서 이 로봇 아기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는 등 89개 국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교에서 콘돔을 나눠 주는 것이 오히려 10대 출산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올 초의 한 연구결과와도 유사한 것이다. 성교육이 매우 주의 깊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신우 기자 help@bod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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