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에서의 노후(老後)의 성

[김원회의 性인류학]



 2002년 영화 ‘죽어도 좋아’가 상영된 후, 노인들의 성 문제도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진표 감독의 이 영화는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노인의 성문제를 양지로 끌고 나와 공론화시켰다. 그런데 노부부가 벌이는 7분간의 긴 섹스 신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외’판정을 받기도 했다. 박치규, 이순예 씨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첫눈에 반한 뒤 한 달도 못돼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종로에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소위 ‘박카스 아줌마’들도 많이 늘어났다. 공원에 혼자 있는 노인 남성에게 접근해 드링크제를 권하면서 말을 붙이는 대서 나온 용어이다. 허긴 요즈음은 ‘올빼미 아줌마’로 더 잘 통한다. 종묘공원과 탑골공원 사이에 노인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이곳에는 어느 순간 노인의 성 해방구라는 표제가 붙을 정도로 노인 대상 성매매가 활개를 쳤다. 그리고 이런 풍토는 지방 도시로 퍼져나갔다.

 

노인과 팔짱을 끼고 지하철역 밖으로 나서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전에는 ‘박카스 할머니’가 많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박카스 할머니가 줄고 그 자리를 올빼미 아줌마가 채웠다고 한다. 말벗과 가벼운 스킨십을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중년 여성들을 가리키는 할아버지들의 은어다. 비교적 젊은 ‘4050′ 중년층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텔이나 정해진 장소에 가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할머니와 달리 올빼미 아줌마는 낙원동 일대의 술집에서 함께 30분이나 1시간 정도 술을 함께 마시고 1만 원이나 2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말상대만 해주는 ‘뻐꾸기 아줌마’도 있다. ‘남자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한눈판다’는 오래된 우리 속담이다.

 

성매매와 함께 불법 성인용품 판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인용품점에선 가짜 비아그라가 3천-1만 원에 팔리고, 종업원은 ‘손님 중 7할은 노인’이라고도 했다.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노인 매춘(老人賣春)’의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성병(性病)이다. 노인들이 성병 예방에 무관심하거나 가족들이 알까봐 쉬쉬하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황혼 이혼이란 말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신혼여행 중에 헤어지는 소위 ‘나리타(成田) 이혼’의 반대 개념으로 남편의 퇴직 후나 막내 자녀 출가 후 이혼을 결행하는 경우를 뜻하는데, 그 빈도에 있어서 현재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황혼이혼은 나이로 따지지 않고 결혼 30년 이상인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대법원이 발간한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혼한 부부 10만 2천 쌍 가운데 17.6퍼센트가 30년 이상 결혼의 황혼이혼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젊어서의 한(恨)을 담아두었다가 남편이 늙고 힘없어지면 응징하는 차원에서 이를 결행한다고 생각하지만 필자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 이건 남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20대 때의 남편의 외도를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40년 뒤에 복수하려고 벼르고 있는 여자는 실제로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부분의 남들이 한다고 생각하면 틀린다.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황혼이혼은 그들이 친밀감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늙고 귀찮다고 섹스리스로 살지 말고 성을 도구로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갱년기 클리닉을 다니는 여자는 거의 이혼을 안 한다는 통계도 있다.

 

황혼 재혼 또한 증가하고 있는데 대개 여자보다 남자가 더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가족들의 거부가 큰 걸림돌이 된다. 새 가족과 기존 자녀의 상속재산분할 갈등을 피하려면 반드시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쓴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를 쓰라’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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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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