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과 섹스

[김원회의 性인류학]

(사진출처=픽사베이)

 

젊은 사람들에게 사람이 몇 살쯤 되면 성생활을 그만 둘 것 같으냐고 물으면 오십 아니 육십쯤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노년기의 남녀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 비록 그들이 아무 말 안 한다 해도 그 표정에서 이미 자신들이 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섹스를 얘기하면 무엇보다도 그 능력을 앞세운다. 어쩌면 대리만족을 위해 조상들이 만들어 낸 인물들일 변강쇠나 옹녀 같은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는데 왜 그렇게 수백 년을 정력이나 명기 타령만 하다가 성의 진정한 가치, 즐거움 아니 거기에서 얻는 보람 같은 것은 모른 채 지났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런 형편이니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에 얼마나 예민했겠는가? 그리고 그게 성적인 것이든 아니든 아직 오십도 되기 전에 이 때문에 ‘아, 나는 이제 틀렸구나’ 하고 미리 포기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폐경이 되면 자신의 성에 대하여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을 많이 보는데 결론부터 얘기해서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몸에서 여성호르몬이 모자라서 일어나는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정신심리적인 얘기가 되기는 하겠지만 이제까지 섹스 없이는 못 살 것 같았던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게 되는 일은 없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젊었을 때 성에 큰 가치를 두고 살았던 여자, 성에서 많은 것을 얻었던 여자, 그래서 성을 마음껏 구사했던 여자가 나이가 들어서도 성에 적극적이다. 젊었을 때 섹스에 질색을 하던 여자가 폐경 후에 갑자기 달라지는 일은 없다. 성은 나이에 관계없이 연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의 성에 대해 가졌던 가치, 욕구 같은 것들을 계속 버리지 말고 비록 얻어지는 반응이 그만 못하더라도 거기서 전에 못지않은 소산들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고 가장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도 몸에 많이 나오게 된다.

 

반드시 오르가슴을 느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남자도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와 달리 꼭 오르가슴이 있어야 성적 긴장이 풀어지는 것이 아닌데 여자야말로 너무 이것 타령을 할 일이 아니다. 그저 어떤 형태로든 즐거웠으면, 의미가 있었으면 만족하기 바란다. 어차피 내가 투자하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성적 만족의 평가는 결국 뇌가하는 것이므로 그게 꼭 여러분이 추구했던 성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친밀감이 더해지고 사랑하는 이가 즐거웠으면 충분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길게 포옹만 했던지 그저 손을 잡고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것 같은 간단한 행동들도 큰 추억이 될 수 있지 않았던가?

  

다시 말하지만 능력은 성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성적 욕구와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 예로 입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그리고 남자가 여자의 성기를 입으로 자극하는 것을 각각 펠라치오와 쿠닐링구스라고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성기는 절대로 더러운 곳이 아니며 몸의 다른 피부 부위와 다를 것이 없다. 적어도 남자의 손보다는 균이 훨씬 적다.

  

여성의 질에서는 그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 때문에 약간은 독특한 냄새가 있지만 이것이 남성을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욕을 더 느끼게 된다는 남자들이 훨씬 많다. 여성은 오럴 섹스를 남성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한다고 잘못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은 여성자신의 성감을 크게 증대시킨다.

 

성이야말로 하느님이 우리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신 거의 유일의 선물이다. 여기에는 학력도 재산도 명예도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리는 삶의 가치를 그렇게나 불공평한 돈 같은 데 두지 말고 이와 같이 공평하고 원초적인 곳에 두어야 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육체적 건강이 인간의 기본 권리인 것처럼 성 역시 인간의 가장 중요한 기본 권리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도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부끄러움으로부터의 자유, 죄의식이나 잘못된 지식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 그 외 모든 정신 심리적인 요소들로부터의 자유가 포함되는데 이는 나이와 아무 관계가 없다.

 

마지막으로 세상에는 삼십 대 같은 육십 대 여성도 있고, 육십 대 같은 삼십 대 여성도 많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떻게든지 젊고 건강하게 잘 살아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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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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