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김원회의 性인류학]
아내: 길을 모르면 물어보고 가야잖아요?
남편: 내가 알아서 가는데 왜 그래요? 이쪽이 틀림없어.
아내: 안되겠네요. 저기 주유소가 있으니까 들어가서 물어봅시다.
남편: 좀 기다려 봐요. 그리고 기름도 안 넣으면서 왜 자꾸 주유소엔 들어가자고 하는 거요?
부부가 차를 몰고 가면서 이런 종류의 대화를 흔히 한다. 왜 남자와 여자는 이렇게 다른가? 결론부터 얘기해서 성학에서는 남자와 여자는 그저 종이 같다는 것뿐이지 실제로는 다른 동물이나 마찬가지로 본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성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이런 성적 차이는 과연 생물학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뿐 대부분 고정 관념에 의한 것일까?
자연계의 그 많은 동물들 중 결혼이라는 형태로 암수가 같이 사는 경우는 인간과 새에서만 있는 일인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서 갓 태어난 새끼들은 걷지도 날지도 못하므로 어미는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보호자가 없으면 안 되었고 사람의 경우 남자들은 성적 요구만 잘 응해주면 기꺼이 먹이를 구해주는 것은 물론 적으로부터의 보호와 안식처 마련까지 다 해주었으니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태고 때부터 결혼 또는 그와 비슷한 형태로 남녀가 같이 살았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자연히 남자들은 일찍부터 사냥꾼이 되어야 했고, 여자들은 살림꾼이 되었다. 지금은 남녀평등 아니 양성평등 시대이므로 이런 얘기들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20세기 중반 이전 수십만 어쩌면 수 백 만년 동안 우리네 조상들이 그렇게 살았으니 둘 사이에 유전자 변화가 너무 다르게 일어났을 것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평등이란 말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에만 사용하는 언어다.
사냥꾼이 된 남자들은 눈은 밝아졌지만 먼데 것을 봐야 되니 시야는 훨씬 좁아지게 됐다. 남자들이 냉장고 문을 열고 바로 코앞에 있는 버터를 못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냄새 맡는 능력은 여자만 못해지지만 체격은 커졌고 힘도 세어졌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자는 용변 보러만 화장실에 가지만 여자는 그곳을 사교장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남자는 동성애자가 아니면 누구더러 화장실 같이 가자고 안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도 옆 사람과의 거리를 가능한 대로 유지하려 한다. 이렇게 남자들은 화장실에서도 영역을 의식한다. 남자는 식당에 들어가도 출입문을 바라다볼 수 있는 자리에 앉으려 하지만 여자는 혼자 아이들 데리고 왔을 때만 그렇게 된다.
남자는 편하게 신고 다니는 구두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지만 여자는 계속 구두를 사려고 한다. 여자는 친밀감을 구하려고 많은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남자는 ‘빨리 이 여자 얘기가 끝나야 내 자랑을 할 텐데’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여자가 운전을 엉터리로 하며, 지도도 볼 줄 모르고 말이 많고 요점정리도 못한다고 불평한다. 남자는 CD 같은 것은 잘 정리해도 옷은 아무렇게나 벗어던지지만 여자는 그 반대다.
남자는 거짓말을 잘 하지만 여자를 속이기는 참 어렵다. 여자는 시야가 매우 넓으며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바람을 피워도 남편에게 잘 안 들킨다.
여성들은 남자들이 자기를 속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있는데 남성은 그런 생각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이는 여성들은 임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접근에 조심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또 여성은 대화만으로도 친밀감을 얻을 수 있고 남성이 대화에 성실하지 않으면 실망하기도 한다.
욕구 없이 성행동을 하는 빈도는 여자에서 훨씬 높다(각각 82와 60퍼센트). 25세 이상의 여성의 약 95퍼센트가 성욕을 느끼지 않았으면서도 성교한 경험이 있으며 조사된 남녀들 중 여자의 50퍼센트와 남자의 26퍼센트가 원치 않은 성교를 지난 2주 사이에 했었다는 보고가 미국에서 발표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