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

[김원회의 性인류학]

(사진출처=픽사베이)


  아직도 여자들에게 불감증이란 탈을 멍에처럼 씌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실 여자에게 성 기능장애라는 것 자체가 있는지조차도 확실치 않다. 있다 하더라도 남자들 또는 남자들의 문제에 의하여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어쩌면 모든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기는 의미가 담긴 불감증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 성적 반응이 자기나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함부로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세계성학회(WAS)에서도 벌써 30년 전부터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용어다.

 

불감증을 현대의 성 기능장애의 분류로 친다면 성욕이 매우 낮은 경우나 성적 흥분이 전혀 안 되는 경우에 해당될 수는 있지만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실제로는 성적 흥분이 천천히 일어나거나 흥분이 되었어도 오르가슴이 잘 일어나지 않으면 불감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강조하지만 이들은 성적으로 정상이다. 이는 남자들의 서두르는 마음, 부적절한 전희, 분위기를 생각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자들이 스스로를 불감증 환자라고 믿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이 느끼는 성적 장애는 대부분 부부간의 갈등, 성교 전의 스트레스, 죄의식, 소극적 태도, 부부대화의 결여 등이 문제가 되며, 문화적 종교적 도덕적 인격적 영향도 관계가 있다. 간혹 성기를 만져도 별 느낌이 없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선 성적으로 흥분이 되고 골반 부위에 충혈이 오고, 근육과 신경이 긴장돼야 피부를 통해 성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언제부턴가 미디어 등이 여자들도 남자의 발기 장애와 같은 수준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표현해 많은 여자들이 자신을 성 기능장애자로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들이 자신을 불감증 환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치료나 수술을 받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남자건 여자건 오르가슴은 성적 신경과 근육이 긴장된 상태에서 이완되는 과정에 얻어지는 감각이므로 이런 긴장이 없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성적 긴장은 성적 흥분과 동가다. 따라서 흥분이 안 되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때는 별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다.

 

여자가 오르가슴을 모른다면 이건 많은 경우에서 본인의 책임이다. 우선 자위행위로라도 오르가슴을 느끼기를 권한다. 남편 탓만은 행여 아니며, 질이 느슨한 탓은 더욱 아니다. 섹스는 동성끼리도 하는 것이니까 성기 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치료나 수술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할 방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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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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