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두 귀 사이로
[김원회의 性인류학]
남자고 여자고 성 흥분 중 고조기에 도달해서 도저히 돌아서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지경이더라도 만일 상대가 ‘사실 나는 적국의 간첩인데, 당신을 포섭하려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신은 아마 식은땀이 나면서 흥분이나 발기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아질 것입니다. 그녀가 마릴린 먼로건 그가 클라크 게이블이건 상관이 없습니다. ‘섹스는 두 다리 사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귀 사이로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한 예가 될 것입니다.
또 오르가슴이 성기의 자극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그래서 말초에서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또한 아닙니다. 오롯이 뇌가 느끼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오르가슴은 명상 중애. 운동 중에, 기도 중애, 시험 중에, 요가 하다가, 심지어는 하품하다가 또는 양치질하다가도 올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 경험으로 보아 절대 아니라고 우기실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MRI 등을 통한 연구, 척추 장애인들에서의 소견 등 현대의학에서 밝혀낸 많은 내용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신체의 여기저기를 꼬집어보면 그 아픈 양상이 다 드리지만 결국 ‘아프다’는 공통의 감각이 있습니다. 우리가 성에서 얻는 감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라면서 원치 않게 생긴 조건반사나 잘못 습득된 성 지식 등으로 소위 ‘성 기능장애’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이건 병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들은 마치 비빔밥 섞이듯이 계속 골고루 섞여왔기 때문에 성에 있어서의 개인차도 그리 큰 것이 아닙니다.
성욕을 유발하는 데 세로토닌이라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지만 실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데는 도파민이 주된 역할을 합니다. ‘포유류의 뇌’라고도 하는 변연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인간의 경우는 이 감각을 통해 서로의 친밀감, 결속감, 소속감 같은 것들을 평가 조절하는 대뇌피질의 역할이 가미되는데 여기에 크게 관여하는 물질은 옥시토신입니다. 복잡한 얘기라 간단히 줄이면서 우선 뇌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간단히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