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중독증Ⅱ –의학적 시각-
[김원회의 性인류학]
최근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정신과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성 중독 환자의 뇌의 활동은 마약중독자의 것과 같았으며 성기능이 강할수록 그리고 나이가 젊을수록 그 활동이 높고 도파민 수치도 높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 중독’ 또한 다른 종류의 중독과 비슷할 터인데 과연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옳은가?
한마디로 얘기하여 성과 관련된 강박행동을 멈출 수 없는 상태로 보면 된다. 어떤 형태의 성 표현의 방식이든 마찬가지이다. 한 집에 거주하는 부부가 일 년에 10번 이내 또는 한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삽입성교를 안 하는 경우를 섹스리스(sexless)라 하는데, 최근 그 빈도가 계속 증가하여 미국의 경우 15%,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최고 47.2%로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들 중 약 40%가 포르노 등 소위 ‘야동’에 몰입해 있고 자위 등으로 긴장을 해소하고 있다하므로 비록 성교를 안 한다 해도 이들은 훌륭한 성 중독자들이다.
성 중독자들은 이렇게 통제 불능의 수준으로 성 표현을 억제하지 못하며, 자신에게 뚜렷한 손실이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참지 못한다. 여기에는 사회경제적 위치나 교육수준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하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 유명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도 잘 알려진 유명인 성 중독자들이라 할 수 있다. 성병, 폭행, 임신 등 신체적 불이익은 물론 성추행, 성폭행 등 성범죄자로 전락하고 직장마저 잃을 가능성이 있음을 일면서도 이를 멈출 수 없으니 이를 ‘성 중독증’이라는 질병으로 인정하여 치료를 하여야 한다고 해도 유구무언이다.
이와 같이 성 중독자로 지탄을 받는 사람이 있는 이면에는 같은 욕구를 갖고 있지만 자신이 이를 억제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아니하며 사회에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성도착증 중에는 소아기호증이라 하여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사춘기 이전의 여아를 보고 성욕이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여자에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알 수가 없고 극히 일부만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비견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이 당시 최고의 엘리트였지만 소아기호증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성 중독을 성도착증과 같이 변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도착증은 사회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욕을 일으키거나 이를 해소하는 것이므로 의미가 같지 않다. 다만 성중독자들 중에는 성도착증을 같이 갖고 있는(comorbidity) 경우들이 많아 혼동을 일으키는 일은 많다. 특히 ‘야동’과 같은 개념의 몰래보는 절시증, 바바리맨과 같은 노출증 들이 이에 속한다.
결국 성 중독증은 의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질환이다. 우선 자신이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고, 뒤따라올 해악을 인지하면서도 서슴지 않으며, 끊었을 때 금단증상마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주로 첫 2주일이 심하며 육체적인 것과 정신심리적인 것이 다 있지만 주로 불안, 근심, 우울, 수면장애, 분노, 과잉행동 등의 후자의 것이 많다.
치료는
1) 운동, 새로운 취미로의 전환, 건전한 친구와의 교제 등
2) 심리 치료(psychologic therapy)
3) 약물 치료(drug therapy)
4) 미술, 음악, 연극을 활용한 예술심리 치료와 요가 등의 특수치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