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중독증Ⅰ –성학적 시각-

[김원회의 性인류학]


(출처=픽사베이)


우산용어(umbrella term)라 하여 여러 가지 컨셉을 포용하고 있는 단어가 있는데 ‘성 중독’ 또는 ‘섹스 중독’도 여기에 속한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원래 성은 종족보존을 위한 도구인 셈이어서 무릇 생명이 있는 모든 개체들은 본능적으로 성을 좋아하고 목숨을 내걸고까지 적극적으로 이를 추구하게 되어 있다. 성을 통해 모든 생명체들이 멸종하지 않고 종을 이어가며 이는 자연의 섭리이다. 따라서 누가 섹스를 좋아한다고 자주 한다고 또는 불륜을 저지른다고 해서 섹스 중독이 될 수는 없다.

 

폴란드의 리사 르크스라는 여인은 12시간 동안 무려 919명의 남자와 삽입 성교를 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섹스 중독환자라 하지 않는다. 이 여자는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 한 일이지만 그 외 많은 남성들과 관계를 하는 창녀들도 중독자로 보지 않는다.

 

때로는 섹스하기를 좋아해서 대상을 가리지 않고 많은 남자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관계를 하는 여자들도 있는데 이 또한 중독이라 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이런 여인들을 색정증(nymphomania)이라 하여 일종의 정신병으로 보았다. 때로는 난소제거 수술을 했고 끔찍한 전기쇼크 치료(EST)도 시행했다. 그리곤 거의 폐인처럼 살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개념이 없어졌다. 남자들의 성욕이나 성 편력과 비교해 보면 이 정도도 흔한 일이어서 이중 잣대로 본 것이었다고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랫동안 미 정신과 학회에서 이상으로 인정하던 성과잉장애(hypersexuality)란 말도 2013년에 나온 DSM 5에서는 사라졌다.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 또는 도박중독의 경우 약이나 술 또는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하지만 섹스 중독은 섹스를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중독과도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어느 보고에서 한국인의 약 5퍼센트가 섹스 중독이며 남자에서 약 5배 정도로 빈도가 높다고 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진단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단순한 호색(erotomania)이 성 중독(sex addict)으로 오인된 경우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거나 표현하는 경우들이 ‘성 중독’이라는 우산 아래 모여 있지만 이 중에서도 성 표현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할 경우, 특히 건강을 해치거나, 가정이 파괴되거나,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고 특히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을 때만을 질병으로 간주하여 치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그들의 성에 대한 가치나 표현 욕구도 각각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나 문화의 시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고 좀 이상하지만 그런대로 용납될 수 있을 것 같은 것도 있고,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의 표현도 있으므로 이 기준에 준하여 중독 여부를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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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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