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가 목적이 될 때
[김원회의 性인류학]
‘남녀가 입을 맞추면 배꼽도 맞추게 된다.’ 조선조 때부터 내려오는 우리 속담이다. 그래서인지 키스를 그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역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키스는 인사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성 표현으로서의 키스를 뜻한다.
지난번 유방을 놓고도 똑같은 얘기를 했지만 성적으로 흥분된 상태에 이루어지는 키스는 성 만족, 성 행복을 얻는데 부족함이 거의 없다. 도파민도 옥시토신도 넘치게 나와 둘 사이의 애정을 서로 확인하고, 친밀감을 더해주며, 결속력을 강화시키고 육체적 정신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청소년이나 부부 아닌 사이에서 특히 생각해보아야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춘기 시절 입술과 얼굴 그리고 목 등으로 끝없는 키스를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성병 감염의 염려가 훨씬 적고 임신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등의 부수적 이득도 있다.
입술과 손은 하도 많이 쓰는 부분이라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몸의 어느 부위보다도 지각신경세포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곳이다(Sensory Homunculus 참조). 자기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볍게 만져보면 쉽게 안다. 이렇게 가벼운 자극으로도 충분하므로 우선 힘부터 빼는 것이 좋다. 그러나 ‘키스 스쿨’이라는 과정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 쉽지 잘 안 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우선 가볍게 입술을 비벼보면서 상대의 반응을 본다. 압력이랄지 강도는 거기서부터 조금씩 높여간다. 혀를 상대의 입 안으로 바로 넣지 말고 입술부터 살짝 적셔 본다. 상대가 입을 벌려주면 그 때 조금만 넣어본다(하략).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으므로 테크닉을 다 소개할 생각은 없다. 더구나 ‘프렌치 키스’ 쯤으로 넘어가면 지면이 모자란다. 또 숨결도 흥분제 역할을 하므로 코로 숨 쉬는걸 멈출 필요는 없고, 확대된 여드름 자국 등이 괴물처럼 보이지 않는 한 눈도 뜨는 것이 좋다.
여자가 자신의 입술이나 유방을 내어주고 상대가 하자는 대로 저항 없이 따라와 주는 것은 마음을 거의 다 열어준 것이라고 믿고 충분히 사랑하고 영혼을 내어줘도 된다. 때로는 의무감으로 때로는 욕정 때문에 계속 단계를 높이려 하지만 그게 신사도에 어긋날 수도 있음을 알자. 임신, 질병, 죄의식 같은 부담감을 더해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