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수행불안
[김원회의 性인류학]
조루로 고민하는 남자들은 그게 또 일어날까봐 걱정을 하게 되고 그 걱정이 원인이 되어 또 조루로 끝나게 된다. 발기의 실패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을 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이라 한다. 성 표현 때의 수행불안은 남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여자들에게도 같은 현상이 있어 이를 여성수행불안(female performance anxiety, FPA)으로 이름 한다. 여자에서 가장 흔한 장애는 충분한 분비가 없는 것이나 본인이 느끼기는 것은 흥분이나 오르가슴장애이다. 자극을 받아 흥분감각의 물결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오르가슴이 일어나지 않는 많은 경우의 까닭이 이런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제나 저제나’, ‘틀림없이 될 거야’ 아무리 기다려 봐도 잘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기전 중에 수행불안이 있다. 그렇게 되면 쾌감에 집중하던 마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엉뚱한 느낌이나 감각들이 고개를 든다. 다 쓸 수 없는 일이지만 아픈 부위도 생기고 심지어는 남편의 콧수염마저 꼴 보기 싫어진다.
실제로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만사휴의가 되므로 그리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혹시 긴장이 되더라도 자기 몸을 남 보듯 하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우선 모든 생각을 버리고 뇌를 비운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좋다. 남자의 발기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알기 쉽지만 여자의 흥분계는 자신도 잘 모를 수 있으므로 우선 마음을 텅 비운다. 원시인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라. 마치 참선하듯 호흡도 조절해보고 안되면 혀도 깨물어 본다. 그러면서 환상 쪽으로 마음을 돌린다. 좋았던 과거가 있을 것 아닌가? 진한 선정적 환상은 때론 이것만으로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않는가? 여하튼 한 가지 마음을 버리면 다른 마음이 일어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진다.
보통 성적 흥분은 신경 긴장상태인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신경이 이완되면서 호흡도 깊어지는 게 성주기 생리이다. 이것과 싸워서는 안 된다. 영어로 ‘let go’라 하는데, 그저 가게 놔두라는 뜻이다. 무릎반사 때 긴장하거나 힘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과도 같다. 소변이 나올 것 같으면 그냥 싸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음악이나 주변의 냄새 같은 것도 영향을 미치므로 참고할 일이다.
그래도 잘 안 되는 것은 어떤 근심이 곁들어 있을 경우도 포함된다. 임신 걱정, 성병 걱정 따지고 보면 한둘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바디이미지 걱정도 한 몫을 한다. 영 자신이 없는 부분은 안 보여주면 되는 일이니 요령껏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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