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이다’가 어원인 여성의 성 부위는?
[김원회의 性인류학] 클리토리스의 세계
신석기시대 모계사회에서는 여성의 유방과 성기는 풍요의 상징으로 우상의 대상이었다. 이는 우리의 선조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임신에서의 남성의 역할을 알게 된 약 1만 년 전부터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차차 부계사회로 바뀌어 갔고, 그 후 엥겔스가 언급한, 이른바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의 시기를 거치면서 여성의 성은 남성의 욕망의 대상으로 변하고 점차 무시되기 시작했다.
여자가 자신의 노출된 ‘몸의 일부’이면서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 이름조차 큰 소리로 불러보지 못한 곳이 있다면 아마 자신의 성기, 그 중에서도 음핵(陰核)일 것이다. 19세기 일본인들이 처음 번역할 때는 음정(陰挺)이라고 하였다가 1936년 음핵으로 바꾸었는데, 우리 의학용어도 이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여자의 외음부 상부에 있는 작은 돌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음핵은 남자의 음경과 해부조직학적으로 매우 비슷한 소위 ‘상동기관’으로, 발기도 되는 여자의 몸에서 가장 성감이 예민한 곳이다. 음핵을 자세히 보면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다. 구부러진 앞 부위가 음핵귀두, 아랫부위가 음핵체이다. 음핵은 대음순 아래에 숨어있는 부위가 훨씬 크다. 이를 음핵해면체라고 하는데 음경의 스펀지처럼 성관계 때 흥분과 관계있다. 음경은 오줌도 누고 발기도 하며 사정도 하지만, 음핵은 오로지 흥분하고 발기만 한다. 사람 외에 포유류와 타조 등에게서도 음핵이 있는데, 점박이하이에나는 이곳에서 소변도 본다.
음핵은 남녀 통틀어 유일하게 성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8000여 개의 신경말단이 분포하고 있으며, 단위 면적당 흥분도를 따지면 남자의 귀두보다 갑절이나 민감하다는 주장도 있다.
음핵의 훌륭한 우리말은 ‘공알’인데 옛날에는 ‘감씨’라고 불리기도 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영어나 한문으로는 알지만 순수 우리말은 잘 모르니 안타깝다.
영어의 클리토리스는 희랍어의 kleitoris(언덕, 경사)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말의 유래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리스말 κλειs(=kleis, 열쇠)에서 유래하여 κλειτροειs(=kleitoris, 문 지키는 사람)에서 왔다고 하고, 또는 κλειο(=kleio, 닫다)에서부터 소음순(내음순이 더 정확한 용어다)이 그 위에서 닫힌다는 개념으로 유래했다고도 한다.
또는 κλειτοριαζειν(=kleitoriazein, 간질이다)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글자 그대로 뜻은 음핵을 간질이거나 건드린다는 뜻이다. 독일어로는 음핵을 der kitzler(간질이다)라고 한다. 하긴 여기는 살살 간질이듯 하는 게 요령이기는 합니다.
서양에서는 서기 1세기부터 이 구조에 대한 기술이 있었고, 의학적으로 clitoris라는 용어는 16세기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파로피우스가 처음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