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hysteria)
[김원회의 性인류학]
요즈음은 히스테리라고 하면 짜증스러운 성격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지만 불과 한 50년 전만 해도 이것은 아주 훌륭한 병명이었습니다. 서양의 히포크라테스가 이름 붙인 아주 오래된 병이었죠. 그는 뜨거운 자궁의 기운이 위로 올라와서 생긴 병이라고 믿었고요. 증상은 매우 다양해서 근심, 불안, 우울, 불면, 성적 환상, 과다 애액분비 등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학이 들어오고서야 알게 되지만 이로 인해 밖으로 어떤 증상이 나와야 비로소 ‘히스테리 발작’이라고 했습니다. 허지만 서구의 여인들은 이 병을 치료하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해주는 치료는 요즈음 개념으로는 완전 성추행이었지요. 손가락에 바셀린 같은 윤활제를 바르고 국부를 마사지 해주는 것이었으니까요. 물론 환자들은 그 때 그 때 치료가 되면서 거의 매주 병원을 찾습니다. 이 시절 성의 개념은 남자의 성기가 들어가는 곳으로의 삽입이었기 때문에 질 안에 손을 넣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남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터인데, 뇌에 전기자극을 하는 소위 EST란 너무 끔찍한 방식의 치료를 했고 그들은 다시는 그런 증상을 들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왜 자위행위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를 병원까지 들락거렸는지 의아하겠지만, 자위는 악마의 행동으로 하나의 ‘소모성 질환’으로 인정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전동기(바이브레이터)가 시판되면서 더 이상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었고 약 50년 이상을 이 조그만 전기 기구가 선풍기, 전기다리미 등을 제치고 구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제품으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그렇다고 역사 얘기만은 아닙니다. 요즈음도 이 전동기는 성보조기구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이 기구처럼 1분에 수백 수천 번씩의 진동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도 아마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제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