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보다 바람기 많은 까닭
[김원회의 性인류학] 진화성심리학과 남녀차이
성심리학(Psychosexuality)이란 성과 관련된 정신적·감정적 요소들(Mental or emotional factors of sex )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살면서 사고하는 내용의 상당부분이 여기에 속하지만 자신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진화성심리학(Evolutional psychosexuality)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와 같은 성적 마음의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를 통하여 인간의 성심리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된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간 아니 모든 동물들의 가장 강력한 욕구, 즉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나갈 자식을 갖으려는 행위는 본능의 일환이 되어 강하게 이어왔다. 때로 자식을 갖기를 거부하는 남녀들도 성심리학에서는 그 행위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성 욕망이나 전략 면에서 크게 다른 것은 성선택방식(Sexual selection)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가능성이 더 큰 여자를 선택하려 했다. 자연히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어 보이는 여성을 배우자로 택하려 했다. 그들의 눈은 높은 번식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린 나이와 건강을 나타내는 완벽한 대칭·매끈한 피부 등 외모에 민감하게 됐다. 이들은 더 나아가 가능한 한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해서 다 많은 아이들을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바람에 특별히 권력이나 재력이 뛰어나지 않은 한 일부일처로 만족하며 살기는 했지만 그 바람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가족을 이뤄 같이 잠자리를 할 때 자식들은 자기의 아비임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아비는 혹시 자신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를 확신하지 못하면서 양육하게 된다. 이제는 유전자검사에 의한 친자확인이 가능해겼기 때문에 상황이 매우 달라졌지만 오랜 세월 인간이 갖고 있던 의구심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론 여자들은 무덤에 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여기서 생기는 남자들의 변형된 질투심은 그가 가정을 끝까지 지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여자들은 한 번 임신하면 심리적 육체적 소모가 남성에 비해 워낙 많으므로 배우자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했다. 또 자신의 여생에 꾸준히 투자해 줄 수 있는 남자가 아니면 쉽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즉 사회적·경제적 능력을 따지는 심리가 발전되게 되었다는 얘기다. 또 여자들은 어차피 낳을 수 있는 자식의 수가 제한돼 있으므로 굳이 많은 이성과 접할 필요가 없었다.
남자들이 유혹의 기술을 발전시키면서까지 바람둥이(?)로 진화하는 동안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외도를 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물론 여자들도 바람을 피우기는 하지만 남자들에게는 훨씬 못 미친다.
이밖에도 진화성심리학에서 연구해야할 과제들은 참으로 많다. 우선 임자가 있는 이성에 호감을 갖거나 이를 빼앗으려는 심리가 있다. 그 남자 또는 그녀는 이미 누군가가 선택했던 사람이므로 이미 검증이 됐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스윙잉(Swinging)의 심리는 과연 무엇인가? 나의 성적 경쟁자에게 어떤 손실을 입히고 싶어 하든가 질투심이나 복수심이 깔려있는 성적 표현 등은 또 무엇인가? 사람도 진화의 산물이므로, 이성의 밑 둥지에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무한하다. 진화성심리학은 그런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어떤 가설을 증명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