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꼭 오르가슴에 이르러야 하나?

[김원회의 性인류학] 오르가슴 Vs 성적 쾌락

(사진=픽사베이)


지난 20세기엔 여자들이 성에서 '오르가슴'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소위 ‘성적 쾌락’을 찾는다고 한다. 성 행동에 따라 오는 감각적 쾌감, 정신적 친밀감, 결속, 사랑, 수용, 관용 같은 것들에서 많은 성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르가슴 여부가 섹슈얼 웰빙의 바로미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로 서양에서의 얘기이다. 우리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꼭 성생활의 목적이 오르가슴이라는 생각을 떠나 좀 더 높은 차원의 쾌락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오르가슴을 위한 섹스에서는 남녀 모두에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므로 대부분 자신이 원했던 바의 반의반에도 못 마치게 된다.

 

오르가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선 성적으로 충분히 흥분돼 있어야 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우물에 가서 숭늉을 달라는 것이 차라리 낫다. 즉 남자고 여자고 성기가 충분히 발기되지 않으면 별 즐거움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남자의 발기는 쉽게 본인도 알게 되지만 이에 대칭되는 여자의 애액 분비는 자신도 잘 모를 수 있다. 이들 증상은 밖으로 표출되는 현상일 뿐, 그 뿌리는 골반부위에 울혈(鬱血) 상태, 즉 많은 피가 골반에 고이는 까닭이다.

 

그리고 오르가슴과 같은 쾌의 감각은 이렇게 모였던 혈액이 급속히 빠져나가는데서 오는 이완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꼭 섹스가 아니더라도 어떤 배설에서든지 어느 정도의 긴장으로부터의 이완에 따른 쾌감을 느낀다.

 

(사진=픽사베이)


어쩌면 성교는 여자가 오르가슴을 얻기에 가장 어려운 성 행동 중의 하나이다. 자위가 훨씬 더 쉬운 것이 그 반증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불만이 성적불만, 결혼불만, 인생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성치료 전문가들은 ‘낮은 문턱’을 목표로 했으면 한다. 내가 의사이어서 그런지 질병은 완치, 꼭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성기능장애는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번 자살을 기도하던 우울증환자가 더 이상 자살을 하려 안 한다면 비록 우울증은 완치하지 못했어도 우선 성공했다고 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성치료자들은 이런 마음으로 내담자들을 대했으면 한다.

 

부자에게 더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굶주리는 자에게 밥 한 술이라도 떠먹이는 게 더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이다.

 

외국의 성학자들 중에는 오르가슴이란 단어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르가슴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은 침묵하지만 오르가슴 때문에 속상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의 발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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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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